<분수대>宮廷 쿠데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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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절대권력의 왕조(王朝)에서 권력을 둘러싸고 벌어진 비정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군신(君臣)간의 찬탈(簒奪)은 비일비재하고권력 쟁탈(爭奪)과정에서 부자지간,골육(骨肉)지간에 피를 흘린예도 결코 드물지 않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는 2천2백년전 아시아 최초의 유목국가를 건립한 흉노(匈奴)의 묵특선우(冒頓單于)가 권좌에 오른 과정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태자시절 그는 부친 두만(頭曼)이 애첩(愛妾)의 소생에게 마음을 두고 있 는 것을 알고 탈위(奪位) 계획을 세운다.어느날 사냥을 나간 그는 부하들에게 이렇게 명령했다.『내가 화살로 쏜 것을 너희들도 쏘아라.
그렇지 않으면 참(斬)한다』.다들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며칠 후 그는 사냥에서 자신의 애마(愛馬)를 쏘았다.몇몇이 머뭇거리자 그들을 베었다.다시 며칠 후 그는 애첩을 쏘았다.머뭇거리던몇 신하가 다시 참해졌다.부친과 함께 사냥에 나간 날 그는 부친을 향해 화살을 날렸고 부하들의 화살이 뒤를 이었다.
이성계가 조선(朝鮮)을 건국한 초기 왕위계승을 둘러싼 치열한싸움이 전개됐다.태조가 계비(繼妃)康씨 소생의 방석(芳碩)을 세자로 삼자 前왕비 韓씨 소생 왕자들,특히 창업(創業)과정에 지대한 공을 세운 3남 방원(芳遠)일파의 불만은 한껏 고조되었다.태조 7년 방원은 정도전(鄭道傳).남은(南誾)등이 태조의 병세가 위독하다는 이유로 왕자들을 궁중에 불러들여 자신을 비롯한 韓씨 소생의 왕자들을 일거에 살육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트집을 걸어 이들과 康씨 소생의 왕 자들을 살해했다.이른바 무인정사(戊寅靖社) 또는 제1차 왕자의 난이다.결국 태조가 퇴위하고 방원은 정략(政略)상 손윗 형인 방과(芳果),즉 정종(定宗)을 세웠다.그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니 그가 바로 태종(太宗)이다.
최근 중동의 소국(小國)카타르에서 아들이 외유중인 아버지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는 무혈(無血)궁정쿠데타가 일어났다.장남인왕세자에게 실질적인 통치권을 물려주고나서도 국사에 자주 개입한데다 특히 최근들어 차남에게 권좌(權座)를 넘겨 주려 한 것이쿠데타를 촉발한 원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번의 쿠데타로 폐위(廢位)된 할리파 국왕이 23년전 삼촌인 아흐마드 국왕의 외유중 쿠데타를 일으켜 권좌에 올랐었다는 사실이 더욱 흥미롭다.그래서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는 것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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