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방자치뿌리내리기>1.지방의 自立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6.27지방선거로 주민들이 뽑은 15명의 광역단체장(특별.광역시장과 도지사)과 2백30명의 기초단체장이 탄생했다. 지금까지는 지역 주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국가가 자치단체장을 일방적으로 임명 했으나 이제 주민들이 대표를 직접 선택할수 있게 된것이다. 민선단체장 시대,무엇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본격 지방자치 실시에 따른 과제와 문제점등을 미리 점검하고 대책을 제시해 보는 시리즈를 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민선지방자치단체장 등장에 따라 우선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사이의 종적(從的)역학관계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중앙집권화로 인해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끌어당기는 힘(求心力)이 더 강했다.그러나 이제는 분권화로 인해 자치단체들의 원심력(遠心力)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사이의 힘겨루기는 불가피한 상황 이다.
내무부는 지난 5월중순 각 시.도에「96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기본지침」을 내려보냈다.지침의 내용인즉 서울특별시의 경우 업무추진비를 시장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연간 2억5천2백만원으로 동결하되 부시장(3인)은 올해보다 47%나 늘려 1 억7천6백만원씩으로 책정하라는 것이다.
또 25개 구청의 경우 구청장은 연간 7천8백만원으로 올해보다 오히려 11% 줄이는 대신,부구청장은 5천40만원으로 올해보다 40% 늘리라는 것이다.
『앞으로 부단체장의 역할이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게 돼 단체장보다 부단체장의 업무추진비를 크게 늘렸다』는 게 내무부의 배경설명이나 그보다는 민선단체장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의도도 포함된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전국 15개 시.도지사(서울특별시의 경우 차관급인 부시장)나 시장.군수.구청장은 내무부에서 수시로 열리는 전국 기관장회의에 참석해 중앙정부지시를 받고 업무보고를 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 5월27일 열린 시.도지사회의를 마지 막으로 중앙정부가 단체장들에게 직접 지시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져 버렸다. 광역단체장은 물론,울산.성남등 준(準)광역시장과 일부 자치구청장은 국회의원보다도 실질적인 권한이 세지게 된다.
이같은 배경으로 인해 각 자치단체는 적어도 국가위임사무가 아닌 자치사무(주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주택,환경,상.하수도,방범등)에 한해서는 외부 입김없이 소신있는 정책을 펴나갈 수 있어「주민들을 위한 행정」에 보다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당분간 부정적 측면이 더많이 불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우선 국가보다는 지방,광역단체보다는 기초단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풍조가 만연할 것이다.92년 쓰레기소각장 건설입지를 둘러싸고 시본청과 구청사이에 심각한 대립이 나타난 서울시의 경우처럼 이른바 님비(NIMBY)현상이 심해질 전망이다.
행정의 일관성이 결여될 우려도 높다.
전임 임명직단체장들이 추진해 온 각종 사업들이 자신의 취향에맞지 않을경우,또는 국비지원이 당초 약속과 달리 중단되거나 줄어들 경우 해당 단체장은 사업을 백지화하거나 축소할 것이다.
예를 들면 10억여원의 용역비가 투입돼 전임시장들에 의해 추진돼 온 서울시청 신축엔 수천억원의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신임시장의 생각여하에 따라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2002년으로 예정된 부산 아시안 게임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법은 자치단체장이 법이 정한 사무의 집행을 명백히 게을리할 때는 내무부장관이 이행명령을 내리고 불이행때는 代집행을할수 있게 하고있으나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건국대 최창호(崔昌浩.행정학)교수는『당분간 중앙과 지방의 갈등이 불가피하나 두려워하기보다 자치단체행정협의회등을 통해 소화해가야한다』며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법적쟁송을 통해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사례도 생길것』이라고 내다봤다.
〈 崔俊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