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올 식량부족분 2백만톤 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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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베이징(北京)쌀회담 우리측 대표 이석채(李錫采)재경원차관은 북한의 쌀 요구량과 관련,『많을수록 좋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회담에서 북측이 3백만t을 요청했다는 說도 있다.
농업전문가들은 이런 사실등을 종합,북한의 금년 식량부족분을 2백만t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지금까지 파악해온 것보다 식량난이 훨씬 심각하다는 얘기다.
어려운 식량사정을 보여주는 예는 적지 않다.
지난달에는 평양시 중심가 중구역 외의 모든 구역에 15일치 식량만 공급했다.
북한의 특별지역인 평양의 사정이 이 정도니 다른 지역은 말할것도 없다.함북이나 양강도 등지에선 3~4개월치가 밀려 주민 일부가 하루 두끼 먹기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고 한다.그나마 두끼에서도 쌀을 구경하기 힘든 것임은 물론이다.
중국에서 근근이 들어오던 저급미(低級米,수분함량 부족 등의 이유로 품질검사에서 떨어진 쌀)의 수입사정도 예전같지 않다.중국마저 식량부족 사태로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사료용」 옥수수(3등급 이하)를 들여와 식용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것도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중국은 「참고소식」(간부들에게 외부소식을 알리기 위해 외국언론의 보도내용을 옮겨 싣는 내부용 신문)6월12일자에 이례적으로 북한 식량난을 보도한 일본 아사히신문의 기사를 인용,보도하기도 했다.
식량배급이 몇개월씩 밀리고는 있지만 농민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할 수 있게 돼있어 그나마 숨통은 트여 있다.
하지만 쌀값 폭등현상은 어쩔수 없다는게 중국-북한 국경지대를드나드는 보따리장수들의 증언이다.함북 등지의 농민시장에서 5월초만 해도 1㎏에 33~38원쯤 하던 쌀값이 5월말 이후 70원을 호가한다는 것이다.노동자 한달 월급이 1백 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가격이다.
식량사정이 5월에 이런 지경이니 북한 지도부가 7~9월을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를 우려했을 것임은 충분히 짐작된다.
식량난이 북한으로 하여금 자존심을 팽개친 채 한국.일본에 쌀을 요청하게 하고 나아가 현실주의 내지 실용주의정책으로 내몰고있는 것이다.
이같은 북한 식량난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대개 일치한다.
경지면적.농업노동력의 절대부족과 토질의 산성화.비료부족,그리고 유류난에 따른 농기계 사용중지등이 겹쳐 있다는 것이다.게다가 기후불순과 병충해가 겹치면 농사를 완전히 망치게 된다.북한의 식량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옥수수는 특히 기후 불순에 취약하다. 농민들이 근로의욕을 잃어 열심히 농사일을 하지 않는다는것도 본질적인 문제다.농민들이 농촌지원을 나오는 학생.공장노동자 등에게 농사를 가르치는 「지도농민」이 되고 말았다는게 귀순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농민들의 의욕을 되살리자면 중국식의 가족생산청부제(결국 개인농)를 도입할만도 한데 북한 당국자들은 이 부분에선 요지부동이다. 북한의 식량자급률이 70%쯤이고 나머지는 수입해야 하는데외화부족 때문에 쉽지가 않다.
당창건 50주년을 맞이하는 금년 추수철에도 농사를 망쳐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올해 모내기철에는 정무원의 부부장급(차관)까지도 모내기 기간중 5~10일간씩 농사일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기관지 민주조선은 김정일이 최근 『올해 전당 전국 전민이총동원되어 알곡생산을 결정적으로 늘리는데 대한 방침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兪英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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