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쌀협상-南北 쌀협상 손익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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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수로협상 타결에 이은 쌀협상 타결의 소식은 한반도의 해빙무드와 함께 국내적으로도 지방선거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성급한 타결추진과 비밀교섭이 과연 우리외교에 최선이었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선심일변도의 일관성없는 대북정책이 북한의 품에만 많은 선물을 안겨준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한반도를 둘러싼 美.日간 대북관계개선의 다툼과 한국의 외교소외는 장래 우리에게 어떤 득실을 가져다 줄것인지 특 집으로 집중조명해 보았다. <편집자 주> 경수로에 이어 남북간 쌀제공협상 타결로 한반도를 둘러싼 경색된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일단은 해빙무드다.
제네바 합의타결후 난기류에 휘말렸던 경수로문제가 돌파구를 찾은데다 베이징(北京)남북 쌀회담 타결은 향후 주변환경을 대화와협력의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관계 당사국들은 쌀문제 타결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 지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협상의 최대 수혜자이면서도 적지않은 부담을 안게됐다. 북한의 최우선 목표는 식량확보였다.한국이 제공할 15만t의 쌀과 일본이 추후 제공할 쌀로 급한 불은 끄게 된 셈이다. 이번 쌀협상은 또 그들의 대일(對日)수교협상에 결정적 계기로 작용케 됐다.과거청산에 따른 배상등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있는 북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북한이 한국쌀을 수용한 게 일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것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른바 주체경제의 기본노선을 상당한 정도로 수정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또 사회주의를 지켜온 권력엘리트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동시에 향후 정책노선을 놓고 군부등 강경파와 외교부를 중심으로한 실용파 사이의 갈등소지도 높아졌다. 이와 함께 북한은 연락사무소개설등 대미(對美)협상과 대일수교협상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북한의 실상이 드러나 협상력의 약화를 감내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국은 쌀지원으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대외적 이미지가 제고됐다고 보여진다.또 北-美간 직접협상에 의한 핵문제해결 구도로 중심에서 소외돼 초라해졌던 처지가 다소 만회됐다.거기에 남북대화를 복원하는 성과를 거뒀다.또한 문민정부 출 범때 천명했던 북한개방유도라는 대북정책의 큰 흐름을 실천에 옮김으로써 한반도 긴장완화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비밀협상을 추진함으로써 쌀제공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절차가 생략됐고 따라서 이에 대한 국민 설득작업이 과제로 남아있다.
일본은 이번 협상과정을 통해 큰 이익을 챙겼다고 보여진다.우선 남북한 협상전 쌀제 공원칙을 북한에 전달함으로써 對北영향력을 확연히 높였다.또 한국측의 先한국쌀 지원요청에도 응함으로써양측을 다 만족시킨 것으로 평가된다.당초 자민당의 선공으로 시작된 수교및 쌀교섭이 정부차원으로 격상돼 무라야마 총리도 어부지리(漁父 之利)를 얻은 셈이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을 책임있는 국제사회로 끌어내 문제를 해결한다는「포용정책」에 반대해온 공화당의 공세도 극복할 여지가 생겼다.앞으로의 대북협상에 여유있게 대응할 수 있게 된것이다. 〈金成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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