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괴물’ 출현 … 워터큐브가 요동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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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까지 남은 시간은 136일.

수영 단거리 종목에 한 대회에서만 세계신기록을 세 차례나 세우는 ‘괴물’이 등장했다. 괴물의 등장으로 베이징의 워터큐브(국립수영경기장)가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주인공은 프랑스의 알랭 베르나르(25). 베르나르는 2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열린 2008 유럽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50m 준결승에서 21초50에 터치패드를 두드리며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세계 최고기록은 한 달 전 호주의 에먼 설리번이 세운 21초56이었다. 베르나르는 이 기록을 0.06초 앞당겼다.

그는 이번 대회 자유형 100m에서도 두 차례나 세계신기록을 만들어냈다. 22일 자유형 100m 준결승에서 47초60으로 세계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플라잉 더치맨’ 피터르 판 덴 호헨반트(네덜란드)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47초84로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8년 동안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기록이었다. 베르나르는 다음날 100m 결승에서 47초50으로 자신의 세계기록을 또 0.1초 단축시켰다.

베르나르의 괴력에 세계 수영계가 깜짝 놀랐지만 정작 자신은 “경기를 즐기는 게 신기록의 비결”이라고 가볍게 응수했다.

◇베르나르는 누구=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까지만 해도 ‘아웃사이더’였다. 당시 자유형 100m 준결승 9위에 머물러 8명이 겨루는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전염성단핵증(간·임파구·호흡기 등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질환) 때문이었다.

베르나르는 지난해 프랑스선수권대회 자유형 100m에서 48초12로 프랑스 최고기록을 세웠고, 12월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유럽쇼트코스선수권대회 자유형 100m에서 46초39로 우승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1m96㎝의 큰 키에 양 팔을 쭉 편 길이가 2m5㎝에 달한다. 탁월한 신체 조건을 이용한 파워 넘치는 스트로크가 일품이라는 평가다. 이번 100m 준결승에서 베르나르는 22.88초에 50m 턴을 해 호헨반트의 23.16초를 앞지르며 신기록 수립 가능성을 예고했다. 초반 기록이 빠르다는 건 그만큼 신체 조건이나 파워가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혼미 속에 빠져드는 스프린트계= 베르나르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수영 단거리에 지각 변동이 일기 시작했다.

지난 8년간 자유형 100m 세계기록을 지켰던 호헨반트는 이번 대회 자유형 100m에 참가하지 않았다. 경기 당일 아침 고열로 출전을 포기했다. 최근 호헨반트는 하향세가 뚜렷하다. 이 사이 자유형 100m의 왕자로 떠오른 선수가 필리포 마니니(이탈리아)와 브렌트 하이든(캐나다)이다. 마니니와 하이든은 2007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100m에서 48초43으로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3위에 올랐던 에먼 설리번(호주) 역시 단거리의 강자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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