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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한국현대사>29<신성모국방전황보고서>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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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6.25전쟁 발발 직후 신성모(申性模.60년 사망)당시 국무총리서리겸 국방장관이 이승만(李承晩)대통령에게 보고했던 전황 보고서가 발견됐다.지금까지 6.25와 관련,각료가 전장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한 기록문건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 이다.이화장(梨花莊)에 소장돼 있던 이 문건은 50년 7월1~12일까지(7~9일 빠짐)대전과 대구에서 申前국방장관이 당시의 전투상황,부대재편,내각의 활동등을 비교적 자세하게 일일보고 형식으로 李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이다.당시 직접 전 투에 참여했던 지휘관들이나 학자등을 통해 이 보고서를 검증해본 결과 한결같이 자료로서의 가치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申장관이 보고한 당시 전황중 일부가 시차가 있고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예컨대 7월1일 보고 에 김포비행장에 침입한 적을 격퇴했다거나 흑석동에 침입한 적을 몰살시켰다는등의 보고를 그 예로들었다.참전자들은 이 상황은 6월28일이며 적을 격퇴했거나 몰살시킨게 아니라 우리가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中央日報는 신성모 전황보고서를 긴급 입수,2회에 걸쳐 연재한다.가급적 원문을살렸으나 고문체(古文體)나 지나친 높임말은 현대어(現代語)로 바꾸었다.
[편집자註] 〈1950년 7월1일〉 대통령 각하 1일 오후2시 현재 전황보고 1.광나루를 건너 아군진지에 침입한 적을 격퇴했고 흑석동에 월경한 적을 몰살시켰으며 김포비행장에 침입한 적을 용전격퇴하였습니다.일선장병들은 대포와 기관총을 더 보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내일 아침까지 美육군이 일선전투에 참가케 되어 시국만회가확실하겠습니다.만약 美공군의 지원폭격이 불가능하고 美육군의 일선진출이 또 늦어진다면 황송한 말씀이오나 수원까지도 지키기 어렵습니다.
3.이곳 美대사관,부산 美영사관에서 사용할 6백만원과 유엔에1백만원을 빌려주도록 한국은행 총재에게 지시했습니다.유엔대표 유어먼과 제미슨은 오늘 12시 부산에서 대전으로 도착했습니다.
정부각료도 대부분 대전에 소집되어 민심 안정에 큰 도움을 주고있습니다.
〈7월2일〉제3차 보고 6월30일 일선은 적의 습격이 극히 위험해 진지를 지키기가 어려웠습니다.이로인해 수원에 있던 미군이 전부 대전으로 퇴각해 이곳에 모인후 회의를 열었습니다.회의결과 美지원군이 대전에 도착해야 하고 폭격기의 지원이 있어야 대전을 방어 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오늘밤 날씨가 나빠 폭격기의 도움도 받지못하고 미군도 도착하지 않아 기대하던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적의 강력한 부대가 외곽으로 전진하여 수원.대전을 목표로 공격을 개시하였습니다.미군의 전선 출동이 늦어도 내일 이내까지 되어야 일 선도 지키고대전도 방어할 수 있을 것입니다.만일 미군 투입이 하루 더 늦어진다면 일선은 물론 대전이 위협당할 것입니다.
오늘 다행히 날씨가 좋아미군 비행기가 폭격지원을 해줘 적의 전진을 막고 있으며 일부 미군 선발대는 대전에 도착했고 앞으로도 계속 도착할 줄 압니다만 너무 시간이 급하므로 대단히 우려를 느끼고 있습니다.
〈7월3일〉제4차 보고 아침 10시쯤 오래 기다리던 우리 비행기 네대가 처음으로 대전 상공에 나타났으며 일선에 진출,폭격할 예정입니다.아직도 미군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딘 소장(註:美24사단장)이 지금 막 도착하여 군사회의를 하고 있는중입니다.
하문(下問)하신 정부소재지에 대해 무초대사와 처치장군(註:맥아더 사령부에서 전황 파악을 위해 한국으로 파견)의 의견을 물은바 2~3일만 더 기다려 결정하자고 합니다.3차보고에도 말씀한 바와 같이 사회부장관과 공보처장 외에는 정부 각원 전부가 대전에 집결해 있으며 국회의장과 대소 의원들도 대전에 돌아와 있습니다.부통령께서는 전주에 평안히 계신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국무회의에서 보건부장관이 사무집행을 위해 부산으로 출장하겠다고 해 허가했습니다.
재무부장관의 보고에 현재 대전에 소유한 1백원권 화폐가 1주일 가량 쓸 것이 있다 하오며 그후에는 1천원권 화폐를 부득이써야 하겠다는 요청이 있으므로 국무위원 일동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사용하자고 결의했습니다.
대전에서는 아직 식량은 넉넉합니다.서울이나 이북동포를 생각하여 식량을 다량 확보하자고 농림부장관에게 말했습니다.
〈7월4일〉제5차 보고 어젯밤 7시이후 일선 전황을 대략 보고합니다.어제 오후에 호주 비행사가 아군 진지를 적진지로 오인하고 장시간 폭격.사격하여 우리 국군 2백여명이 살상당했으며 특히 17연대장 백인엽(白仁燁.옹진전투에서 해주까지 갔던 연대장)이 부상 했습니다.그러나 약 2주간 치료받으면 출진할 수 있다하오니 과히 염려마시기를 바랍니다.인명부상 뿐 아니라 美군수품에 막대한 손해를 낸 것이 유감입니다.이로 인해 일선은 혼란에 빠져 위험하게 됐으나 밤새 다시 정돈해 지금은 별 변동없이 잘 지키고 있는 중입니다.
측면으로 광나루를 건너 이천을 목표로 대전과 수원의 중간을 엿보던 적을 국군 6사단 부대가 맞서 격퇴,오늘 아침까지는 수원~대전간 차단의 염려는 없습니다.오늘밤 전선의 장병을 위안하고 내일 대전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어젯밤에 재무 부장관과 한국은행 총재에게 화폐에 대한 대통령의 분부를 전달하고 곧 추진하라고 했습니다.
채병덕(蔡秉德)소장은 군단장으로 대구에 주재하면서 2개사단을새로 편성해 훈련을 맡겼으니 대통령께서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지금 일선에서 싸우는 국군 전체 병력이 매우 박약하므로 부대보충이 시급할 뿐 아니라 북진 주력부대를 지금 부터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이 일에는 蔡소장이 적임이라 생각해 군단장으로 임명하고 우선 2개사단을 편성,훈련시키도록 조치했으니 대통령께서부산의 미국 수송책임자에게 명령하시든지 또는 맥아더 원수와 직접 교섭해 우선 이 2개사단이 요 구하는 장비 일체를 대구에서직접 보급하도록 주선해 주어야 이상의 계획을 차질없이 실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7월5일〉제6차 보고 蔡소장을 경남북지구에 보낸데 이어 신태영(申泰英)소장은 전주로,이응준(李應俊)소장을 광주로 파견하여 각각 2개사단(약 2만명)을 청년방위대원이나 기타 애국청년단체에서 소집해 편성,훈련에 착수키로 하겠습니다.이상 6개사단의 무장이 시급하니 미군부대의 긴급수송이 끝난 뒤에 우리 군의무기도 공급해 주기를 미군측과 교섭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제 오전11시부터 영등포 전선에서 강력한 적이 10여대의 탱크를 앞세우고 안양~시흥~수원도로로 침입해 부득이 일선국군은수원으로 후퇴했습니다.지금까지 적의 탱크와 대포에 놀란 병사들은 수원에 그치지 않고 오산까지 후퇴하는 도중 미군포병과 탱크부대를 보고는 비로소 미군이 매일 원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우리의 주력은 벌써 수원시내에서 적군과 혼전하고 있는 중입니다.미군은 기계부대와 보병과 진지를 구성하고 싸우며 국군은전방에서 분투하고 있으니 미군의 주력이 집합될 때까지 수원과 오산을 방어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이미 절반이나 손상당한 우리 군력을 아끼지 못하고전선에 세워 고전할 수밖에 없습니다.병력보충이 시급합니다.무기가 손에 들어올 때까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겠습니다.
어제 오전11시 수원을 향해 들이닥치는 적의 탱크를 폭파하기위해 출격했던 우리 비행기 네대중 이근석(李根晳)대령이 조종하던 비행기가 적탄에 맞아 떨어졌습니다.한국공군에서 가장 우수한조종술을 가졌으며 또 세계적 기록을 이룬 李대 령을 잃은 공군일동은 총참모장으로부터 사병까지 애도하는 바입니다.
국무회의와 국회의원 연락위원회의에는 매일 30분씩 출석하여 그날그날 전황을 보고하며 다같이 대소사(大小事)를 의논하고 지내니 너무 염려마시기 바랍니다.사태가 점점 심중(沈重)해지고 있는 만큼 군사행동에 지장이 없게 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계엄을 선포해야 하겠으니 대통령께서 고려해 하명(下命)해 주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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