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교통정책에 가격기능 도입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교통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숫자로 표시해 주는 지표로서 교통혼잡비용이라는 개념이 있다.얼마전 교통개발연구원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93년 현재 우리나라 전국도로상에서만 발생하는 교통혼잡비용이 모두 8조6천억원으로 GNP대비 3.2 5%에 달하고 있다.교통문제의 심각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지금 한창 절정을 이루고 있는 지방선거전에서 교통문제가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후보들이 내거는 교통대책을 보면 그들이 그럴듯한 대안을제시하고 특히「새롭고 뾰족한」대안을 도출하고자 고민한 흔적이 나타난다.그러나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감스럽게도 많은 후보들이 교통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짐짓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억제할 수 없다.
교통문제의 핵심은 새롭고 뾰족한 대안의 빈곤에 있는 것이 아니다.너무나 평이하게도 교통시설에 대한 교통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다.즉 초과수요 혹은 공급부족이 문제의핵심인 것이다.그 증상이 바로 교통혼잡이다.
이러한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정부는 新경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도로.지하철.철도.항만.공항 등 교통부문 전반에 걸쳐여러가지 투자계획을 수립한 바 있으며,이들 계획을 차질없이 집행하기만 하면 교통혼잡은 어느정도 완화될 수 있 을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문제는 이들 계획의 집행에 소요되는 재원이 태부족하다는 것이며 이에 대한 대책이 강구되지 않고서는 그 어떠한새로운 청사진도 환상과 환영에 불과한 것이다.
신경제계획기간(93~97년)중 계획돼 있는 각종 교통투자의 총액은 93년도 불변가격으로 7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이것은 같은 기간중 GNP대비 평균 5%를 상회하는 규모로 추정된다.
반면 중앙정부및 지방정부가 현재의 세율구조 아래에서 신경제계획기간중 교통관련세수로 걷어 들일수 있는 총액은 33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공단과 공사등 기타 교통관련 투자기관이 현재와 같은 여건아래에서 채권의 발행과시설사용료 징수등의 방법으로조달할수 있는 재원규모는 10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교통이외의 부문으로부터 적어도 33조원의 재원이 조달되지않고서는 현재 계획되고 있는 교통투자사업을 모두 실현할수 없을것으로 보인다. 한편 교통이외의 부문으로부터 이처럼 큰 규모의재원이 조달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하겠다. 다시말해 교통부문의 초과수요는 향후 투자계획으로도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교통대책의 방향은 바로 이러한 초과수요해소에 있는 것이며 그핵심은 교통관련 가격기능 활성화에 있다고 하겠다. 구체적으로는첫째,교통관련 가격 혹은 요금 수준을 교통에 대한 초과수요를 해소시켜주는 수준으로 조정해 유지해주고 둘째,이들 가격 혹은 요금을 서비스의 종류와 수준별로 차별화해 운영해야 할 것이다.
결국교통부문에도 최대한의 시장기능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교통관련 가격기능을 활성화하는경우 한편으로는 공급의 확대 혹 은 이를위한 재원 조달이 이루어지고 또 한편으로는 수요가 억제돼 초과수요가 해소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다양하고 고급화된 교통서비스가 창출될 것이다. 가격과 요금의 가격기능 활성화는 순수시장기능에 의해서만이 아니며 정부 혹은 공공기구에 의한가격관리의 형태로도 이루어질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기존 교통관련세율구조의 조정 및 주행세와 같은 새로운 세금의 도입 형태로도 이루어 질수 있는것이다. 요는 소비자부담의 인상으로 수요를 억제하고 동시에 새로운 재원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원칙론으로서 이것이 단기적으로 도입되는 경우에는 물가안정이라는 거시적 정책목표와 상충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와같은 시장기능의존적 교통요금정책으로의 전환은 중장기적으로 거시경제운용방법의 개선과 함께 동시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강조돼야 할 점은 어떠한 경로로든 이와같은 경제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교통문제의 해소는 이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와 그들을 평가하는 유권자는 모두 이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