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찍은 3명 중 1명 이탈’ 본지 패널조사에 정치권 회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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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중앙일보의 패널조사 ‘MB 지지층 3명 중 1명 이탈’이 보도된 뒤 정치권은 술렁였다. 같은 대상자에게 시차를 두고 같은 질문을 하는 패널 조사 방식의 신뢰성 때문이었다. “범람하는 총선 관련 여론조사 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법”이라는 것이 공통된 평가였다.

한나라당은 충격을 외면하려 애썼지만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강재섭 대표는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가득 차 있던 때와 지금의 당 지지율을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거리를 둔 뒤 “영어 몰입교육이나 인사 파동 등으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진 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너무 잘나가는 것보다 이런 상황이 긴장을 유지하게 돼 더 나을 수도 있다”며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윤선 대변인은 “반한나라당으로 돌아섰다기보다 부동층이 늘었다고 본다”며 “총선에서 민생 정책을 강조하며 국민을 설득한다면 대통령이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의 반응은 달랐다. 한나라당 내 대표적 친박 인사인 유승민 의원은 “인수위 때부터 4개월간 국민에게 감동보다는 실망을 준 측면이 많다”며 “이 대통령에게 충성도가 낮았던 수도권 젊은층의 이탈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수위-장관 인사-공천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민심 이반을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총선이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민주당은 MB 지지층 이탈을 긍정적 신호로 읽으면서도 당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박선숙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분노를 확인했다”며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 한나라당을 앞서는데도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지 못하는 것은 유능한 야당이 될 거라는 믿음을 아직 얻지 못한 탓”이라고 받아들였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제 막 벼랑 끝에서 벗어나 모닥불을 피운 민주당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 결과”라며 “당 지지율 상승세가 미미한 것은 대선 이후 지지층의 의사표현이 아직 적극적이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정봉주 전략기획위원장은 “위태로운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오만한 모습은 금물”이라며 “30~40대에서 반대 여론이 높은 경부 대운하 등 정책 이슈들에 대한 적극적인 비판과 대안 제시로 대안 야당의 필요성에 국민이 공감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장혁·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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