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 칼날 참치캔’ 2006년에도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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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에서 칼 조각이 나온 적도, 나올 리도 없다던 국내 1위 참치 캔 업체 동원 F&B의 해명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동원F&B의 경남 창원 공장을 현지 조사한 결과 “문제의 커터칼 조각은 제조과정에서 섞여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고 21일 밝혔다. 아울러 2006년에도 커터칼 조각 시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X선 검색기 통과할 리 없다더니…=식의약청에 따르면 칼날은 지난해 7월 4일 생산라인의 컨베이어벨트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제품에 섞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추석을 앞두고 생산물량이 갑자기 늘자 과부하가 걸린 컨베이어벨트가 끊어졌다. 식의약청은 “커터칼로 벨트를 뜯어내는 작업을 하다 생산라인에 늘어선 제품에 칼 조각이 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칼 조각과 수리에 쓰인 커터칼이 같은 제품이라는 게 증거다. 생산 중인 제품을 따로 치워두지 않고 바로 옆에서 수리한 셈이다. 이 사건이 불거진 18일 동원F&B 측은 “제조 현장에 커터칼이 동원됐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수십 차례 시험해 봤지만 금속 이물질을 탐지하는 X선 검색기를 칼 조각 같은 게 통과할 수 없다”는 회사 측 주장도 사실과 달랐다. X선 검색기는 캔 가장자리에서 9㎜ 이내에 들어있는 이물질을 인식하지 못했다. 식의약청의 발표에 동원 측은 “조사가 철저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생선가시가 나온 적은 있어도 칼 조각이 나온 건 처음”이라던 말도 틀렸다. 이 회사는 2006년 11월에 참치 캔에서 커터칼 조각이 나왔다는 소비자 신고를 접수한 적이 있다. 식의약청의 최순곤 사무관은 “치명적 위협이 되는 이물질에 회사가 안이하게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당국은 동원에 시설을 고치고 해당 제품을 회수하라고 명령했다.

◇늑장 대응 농심과 판박이=잇따라 터진 가공식품 사고의 해당 식품회사에 소비자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에는 “유명 회사들의 늑장 대응과 거짓 해명으로 가공식품 전반이 불신받게 됐다”는 비난 댓글이 들끓었다. 동원은 3일 소비자로부터 칼 조각 신고를 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 일이 언론에 알려진 뒤에야 생산제품을 부랴부랴 리콜했다. 새우깡에서 생쥐 머리가 발견된 지 한 달이 지난 뒤 제품을 회수한 농심과 닮은꼴이다. 맞벌이 주부 박영은(29)씨는 “큰 회사 제품이 이 모양이면 도대체 어떤 식품을 믿고 사먹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식품에서 이물질이 나오면 업체는 제품을 교환·환불만 해주면 되는 소비자분쟁 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도 업계의 안이한 행태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다. 소비자 신고에 동원F&B는 참치 캔 한 상자로, 농심은 라면 세 박스로 피해 보상하려 했다. 녹색소비자연대의 조윤미 본부장은 “소비자 단체뿐만 아니라 당국의 감시가 더 치밀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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