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요리저런얘기] 새싹부침개, 말 없던 아들이 입을 열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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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반인 아들이 어느 날부터 말수가 줄었어요. 식구들과 말도 안 하고, 식사시간에 얼굴도 비치지 않으며 겉돌기 시작했죠. 연말이나 자기 생일날도 밤새 친구들과 어울리며 밖에서 밤을 새우기 일쑤였어요. 애 아빠와 저는 아들의 낯선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어요. 걱정도 많이 됐죠.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는지, 삼시 세끼를 밖에서 사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을 텐데…. 과일이라도 챙겨 먹고 다니라고 예쁘게 깎아 식탁 위에 올려놓기도 했고, 나가는 아들에게 가져다줘 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날도 아들은 밤이 깊어서야 집에 들어왔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캔맥주 몇 개를 사 들고 왔더군요. 안주 없이 마시면 속 쓰릴 텐데…. 걱정이 된 저는 잠자리에서 나와 야채부침개를 만들었어요. 평소 비타민이 부족할 것 같아 봄 새싹채소도 한 움큼 집어넣었죠. 조용히 아들 방에 들어가 부침개만 내려놓고 왔어요. 그러자 아들이 뒤따라 나와서는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졸업을 앞두고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나 봐요. 그 뒤로 약간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어려운 아들이네요. 경기가 얼른 나아져 취업 스트레스 없이 즐거운 대학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김자경(56·경기도 용인시 수지읍)

■재료=새싹채소, 애호박 1/2개, 당근 1/2개, 양파 1/2개, 실파 2대, 감자 1/2개, 부침가루, 물, 식용유

■ 만드는 법=새싹채소는 잘 손질하고 애호박·당근·양파·실파·감자는 얇게 채썬다. 물은 냉동실에서 차게 준비한다. 준비된 야채에 밀가루 적당량과 찬물을 붓고 반죽해 식용유를 두른 팬에 부친다. 다 익으면 새싹채소를 얹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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