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건강진단의 악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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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이라면 앞으로 닥쳐올 질병을 예측하기 위해 굳이 전신 정밀검사나 혈액ㆍDNA 검사를 받느라 돈을 허비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검사 자체가 건강에 해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런던에 있는 ‘센스 어바웃 사이언스(Sense About Science)’재단이 영국에서 개업 중인 의사들을 대상으로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발표한 보고서 ‘건강진단의 이해’(Making Sense of Testing)에 따르면, 불필요한 건강 진단은 어떤 병에는 걸리지 않고 어떤 병에는 걸릴 것이라는 거짓 확신을 심어주기 때문에 건강에는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자가 건강 체크 상품(DIY health test)의 경우 건강진단 결과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기준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엉뚱한 예측을 낳을 수도 있다. 자기 테스트에 의해 잘못된 결과를 얻은 환자는 실제 증상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병원에 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종종 잘못된 결과는 사용자들의 공포와 불안을 증가시키며 불필요하게 병원에 가도록 한다.

가령 어떤 흡연자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으로 나올 경우 담배를 끊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건강 진단 자체가 위험 요소를 내포할 수도 있다. 내시경 검사에서 창자에 구멍이 날 확률은 1000분의 1이나 되고 MRI, PET, CT 촬영 등으로 인해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도 심각한 문제다.

이번 연구에 참가한 이스트 오크셔의 가정의학 전문의 앤드루 그린은 “건강 진단이 과학적으로 유효한 결과를 가져오는지의 여부, 그리고 건강진단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문제”라고 말했다.

영국 왕립 병리학 컬리지의 의장 다니엘 프리드맨 박사는 “진단장비 생산업체의 시장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80억 달러”라며 “누구나 이들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앤드루 그린은 식사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 등 일반적인 건강 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장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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