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佛 女유학생억울한 구금 교민사회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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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프랑스 경찰이 한국의 아무 죄없는 한 한국인 여자유학생을 수갑채워 체포한 뒤 유치장에 강제구금시킨 사건이 벌어져 프랑스교민사회를 분노케 하고 있다.
재불(在佛)교민들은 이번 사건이 약소국 교민들에 대한 보복적인종차별의 대표적 사례라고 목청을 높이며 이를 계기로 한국정부가 교민의 신분보장을 위해 프랑스와 대등하게 외교해줄 것을 하소연하고 있다.
한인회.종교단체.학생및 교민들은 지난 8일 「李양 불법구속 재불교민대책위」를 결성하고 손배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하는 한편 서명운동를 벌이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의 부당한 대우를 시정하겠다는 각오다.
발단은 외국인들이 1년마다 경신하며 취득해야 하는 체류증.사실 체류증 취득은 오래전부터 유학생과 교민들의 큰 원성대상이다.꼭두새벽부터 몇시간동안 줄을 선뒤에야 몇달후에나 서류제출 약속을 받는게 예사고 고자세의 관청은 갖가지 꼬투리 를 잡으며 퇴짜를 놓는등 인간이하의 수모를 겪기가 다반사다.일부는 복잡한절차 때문에 기일을 놓쳐 체류증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비자를 재발급받아 체류를 시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다. 피해자 이보현(李寶賢.25)양도 이같은 행정 오류와 나태의희생양이었다.李양은 93년9월 서울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한뒤 파리로 건너왔다.지난해 10월 파리근교의 뱅센느예술학교에 입학,학업에 전념하던중 지난달 29일 체류증 문제로 관 할관청에 갔다가 졸지에 철창 신세가 되는 봉변을 당했다.
강력범도 아니고 도주위험도 없는 李양은 영문도 모른채 현장에서 프랑스 경찰 두명에게 두손을 뒤로 한채 수갑이 채워져 호송차에 강제로 실려 유치장에 감금됐다.「불법체류자에 대한 국외추방명령 집행」이란 명목이었다.
학생으로 체류자격을 갖춘 李양은 프랑스에 입국하면서 곧바로 체류증을 신청했지만 배타적인 프랑스관청은 1년6개월이 넘도록 26번이나 들락날락하게 하며 발급을 질질 끌었다.
체포 전날인 지난달 28일까지 유효한 임시체류증을 갖고 연장신청을 하러갔던 李양은 단 하루,그것도 휴일인 일요일을 넘겼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 때문에 쇠고랑을 찼다.반복된 소환과 계류끝에 애타게 기다리던 체류증 대신 감옥행이었다.
싸늘한 이국의 감방에서 하루 반나절을 보낸 李양에게 프랑스법원은 일시 구금해제조치를 주었으나 6일 이내로 강제추방하라는 선고를 내렸다.교민들은 이같은 소식을 접하자 李양의 구명운동에나서 행정재판을 제기,7일 강제출국집행 무효판정 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경찰들이 무효판정이 나던 날 또다시 李양의 집에 와 다시 체포를 시도하는등 횡포를 자행했다.李양은 지금 학업을 포기한 채 교민의 집에 피신해 정신불안상태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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