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조정 北美 準고위급회담-韓美 이견커 장기戰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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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잠정합의를 본 콸라룸푸르 北-美 準고위급 회담이 쉽게 마무리될것같지 않다.조기 종결을 종용하는 워싱턴에 대해 서울이 완강하게 『노』를 외치며 손을 내젓고 있기 때문이다.
北-美회담이 이처럼 막판 진통을 겪는 핵심 요인은 세부 사안보다 평양을 보는 서울과 워싱턴의 기본적인 인식차에서 비롯된 것이다.서울이 이번 회담에서 노리는 것은 경수로 그 자체보다『평양의 못된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것이다.정부는 지난해 10월北-美 제네바 합의가 先 北-美 합의,後 한국추인이라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보고있다.따라서 이번 콸라룸푸르 회담이 제2의제네바 합의가 될바에야 차라리 깨지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특히 한국형 경수로와 한국의 중심적 역할 부분이 확실하게 안될 경우 또다시 북한에 질질 끌려갈 것으로 보고있다.나웅배(羅雄培)통일 부총리가 10일 방한중인 갈루치 핵대사와 윈스턴 로드 차관보에게 적잖게 「싫은 소리」를 해댄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반면 워싱턴의 입장 은「70점짜리 회담이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는 것으로 압축된다.워싱턴의 고민은 극과 극을 달리는 서울과 평양의 입장을 어떻게 하나의 패키지 상품으로 만드는가 하는것이다. 주목할 점은 북한이 이같은 서울-워싱턴간 틈새를 간파하고 열심히 굳히기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우선 북한은지난 7일 중앙방송을 통해 『北-美간에 기본적인 문제가 타결됐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데 이어 10일에도 비슷한 방송 을 내보냈다.평양의 이같은 전술은 韓-美 갈등을 증폭시켜 결과적으로회담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끌고가자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때 콸라룸푸르 회담의 성패 여부는 한국이 어떤 결심을 하느냐에 달렸다.
만일 성공작이 된다면 이번 北-美 準고위급 회담은 올 7~8월께 한두차례의 남북대화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그러나 문제의 키를 쥐고있는 워싱턴이 협상 타결에 급급한 나머지 오버 페이스할 경우 서울-워싱턴간 상당한 불협화음이 터져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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