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톱>푸른연-이념에 희생된 가족변천史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영화 『푸른 연』(籃風箏.SKC출시)은 마오쩌둥(毛澤東)이 반대파들을 숙청하기 시작한 50년대 후반부터 문화혁명(文革)초기인 68년까지의 기간중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으로 함몰돼가는 한일가족 변천사를 어린이의 눈을 통해 그린 작품이 다.
문화혁명 과정에서 생겨난 인간성 상실을 신랄하게 풍자한 탓에『푸른 연』은 중국 국내에선 상영이 금지됐지만 칸영화제 감독추천작으로 결정되는가 하면 제6회 동경영화제에서는 그랑프리를 차지하는등 외국에서 더 많이 알려졌다.
임소룡과 진서연은 가족.친구들의 축복속에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고 곧이어 태어난 아들 철두와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철두는 외할머니와 외삼촌.이모들의 정도 듬뿍 받으며 자란다.그러나 어느날 임소룡은 친구들과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토론을 했다는 이유로 우익분자로 몰려 변방 벌목장으로 강제로 쫓겨나고 서연은 아들과 함께 힘든 삶을 이어간다.
소룡이 비참하게 죽었다는 편지를 받고 망연자실하던 서연은 얼마뒤 소룡의 친구와 재혼하지만 새 남편은 당에 입당하기 위해 몸을 돌보지않고 일하다 병으로 죽는다.철두의 외삼촌과 이모들 역시 조직의 힘에 밀려 어려운 삶을 살게 된다.서 연은 큰 언니의 소개로 세번째 결혼하지만 문화혁명이 시작되면서 그들의 가정은 또다시 파괴되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영화 속에서 철두가 아버지 소룡과 함께 날리던 「푸른 연」은 희망과 자유의 상징이다.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철두의 연은 나뭇가지에 걸려 갈갈이찢기고 『다시 만들어주마』약속했던 아버지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아버지를 세명이나 가져야했던 철두.그의 어머니는 옛날식으로 말하자면 「남편을 셋이나 잡아먹은」여자다.그러나 그녀의 남편을,그리고 그녀의 행복을 진짜 잡아먹은 자는 과연 누구인가.영화는 그에 대한 해답을 잔잔하게 그러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그란 눈을 가진 여주인공 서연역의 여려평은 꿋꿋한 중국여인상을 잘 보여준다.첸 카이거.장이모등과 함께 북경영화학교 동기동창인 감독 티안 주앙주앙의 영상은 질박하다.그러나 그 질박함속에는 젊은 감독의 냉정한 「역사관」이 살아■다.
〈模〉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