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뽑히는 휴대전화 보조금 ‘전봇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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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14면

오는 26일 이동통신 시장의 낡은 전봇대가 뿌리째 뽑힌다. 8년간 소비자의 앞길을 방해했던 전봇대다. 휴대전화 보조금 규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우리만 갖고 있던 규제다.

전봇대가 사라지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주 이동통신 업계는 바쁘게 돌아갈 것이다. 소비자들은 26일 이후 휴대전화를 사는 게 나을지, 아니면 현재 편법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을 받는 게 이득일지 주판알 튕기기에 바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 요즘 인터넷엔 휴대전화 구매 시기를 묻는 글이 부쩍 많이 올라오고 있다. 또 이동통신사들은 경쟁사의 몸짓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 시장 환경에서 첫 단추를 끼우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은 이렇다 할 판매 계획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서로 눈치만 볼 뿐 누가 먼저 치고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아픈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은 1996년 4월부터 2000년 5월까지 8조4000억원의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이 바람에 SK텔레콤을 뺀 나머지 회사들이 모두 적자를 봤고, 이는 정부의 보조금 규제를 불러 왔다. 이런 출혈 경쟁을 재연하지 말자는 암묵적인 동의가 업계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거론되는 게 의무약정기간제 도입이다. 즉 1년 또는 2년 동안 의무적으로 특정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약정기간이 길수록 보조금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2년 정도면 공짜 휴대전화기를 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주 초엔 의무약정기간제를 포함한 각종 새로운 판매 제도가 나온다. 하지만 처음엔 소비자의 눈길을 확 끌 만한 게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한 번 발동이 걸리면 점점 심해지는 경쟁의 특성을 감안할 때 머지않아 소비자는 미소 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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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지식경제부, 대통령 업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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