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붕괴의 숨은 주범 ‘非유통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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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38면

중국 상하이의 평범한 직장인 톈위(田宇·42)는 요즘 살맛이 안 난다. 주식 때문이다. 상하이증시의 폭락세가 5개월째 이어지면서 그가 갖고 있는 주식 대부분이 반 토막 났다. 재테크라고는 저축밖에 몰랐던 그가 주식시장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 여름. 한동안 재미를 봤던 그는 지난해 9월 집을 사려고 모아두었던 돈을 모두 은행에서 빼내 주식에 쏟아 부었다. 상하이지수가 최고점을 향해 치달을 때였다. 그는 “주식으로 돈도 잃고, 내 집 마련의 꿈도 잃었다”며 전화통을 잡고 하소연한다.

다샤오페이, 올해만 400조원 풀려

톈위는 ‘뭐가 문제였느냐’는 질문에 ‘다샤오페이(大小非)’라는 한마디 답을 내놓는다. 그는 “기관투자가들은 ‘다샤오페이’의 위력을 알아 미리 돈을 빼냈지만 나 같은 개인투자자들은 그게 뭔지 정확히 몰라 당했다”며 “중국 증시 폭락의 최대 희생자들은 바로 일반투자자”라고 흥분했다. 그는 “다샤오페이가 사람 여럿 잡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 폭락으로 중국 증시 분위기가 험악하다. 수많은 투자자가 지금 주가 그래프를 보며 정부를 원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때 6000포인트를 돌파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주말 4000포인트 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폭락 이유는 많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및 그에 따른 대미 수출 감소 우려, 인플레 억제를 위한 긴축정책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물량 급증’에서 찾는다. 그 핵심에 톈위가 말한 ‘다샤오페이’가 있다.

‘다샤오페이’는 ‘다페이(大非)’와 ‘샤오페이(小非)’를 합성한 말. 그 의미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시계를 3년여 전으로 돌려야 한다.

2005년 4월 중국 금융당국은 대대적인 주식시장 개혁작업에 들어갔다. 상장기업 총주식의 약 70%에 해당하는 비(非)유통주를 시장에 풀기로 결정한 것이다. 비유통주는 대부분 국유기업 소유로, 증시에서 실제 유통되는 주식은 상장 주식의 30%에 불과했다. 대신 기존 유통주 주주들에게는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보전 차원에서 현금을 지급하거나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줬다. 이 작업은 싼이(三一)중공업, 칭화둥팡(淸華東方) 등을 시작으로 약 2년여에 걸쳐 추진됐다.

관건은 유통물량 급증의 충격을 어떻게 흡수하느냐는 것이었다. 매각 제한에서 풀린 주식이 일시에 풀릴 경우 주식시장이 폭락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다페이와 샤오페이다. 중국은 전체 비유통 주식의 5% 이하 지분 소유자(샤오페이)는 주식개혁 후 1년이 지난 다음에, 5% 이상 지분 소유자(다페이)는 2년이 지난 다음에야 보유한 비유통 주식을 시장에 팔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일종의 보호예수 제도다.

상푸린(尙福林) 증감위 주석이 주도했던 2005년 증시 개혁은 주가로만 본다면 순항하는 듯했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 추진에 힘입어 투자심리가 살아났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로 몰려들면서 2006년 들어 증시가 급상승했던 것이다. 상하이 주가는 그 뒤 약 2년간 ‘최고의 파티’를 즐겼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보호예수에서 풀리는 주식 공급이 올 초 집중되면서 또 다시 ‘비유통주의 망령’이 상하이 시장을 엄습한 것이다. 올해 예정된 보호예수 해제 물량은 120개 상장사의 약 1334억 주, 시가로 약 3조 위안(약 417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07년 말 중국 A주(내국인 전용주) 시가총액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 내년 또다시 7조3000억 위안, 2010년 8조7000억 위안어치의 비유통주가 시장에 풀리게 된다.

자산운용사인 선인완궈(申銀萬國)증권자산관리의 단웨이량(單尉良) 부사장은 “물론 유통 제한에서 풀린다고 해서 모두 시장에서 매각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비유통주 보유자(대부분 국유기업)들이 주가 추락 하락을 예상, 매각에 나서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샤오페이’로 요약되는 중국증시의 구조적인 문제가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3년 동안 언제든지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비유통 주식이 19조 위안에 이른다는 점이 두고두고 중국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증시의 봄날은 아직 멀리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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