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우주의 비밀 간직한 블랙홀의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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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블랙홀 이야기
아서 밀러 지음,
안인희 옮김
푸른숲,
540쪽, 2만5000원

별이란 무엇인가. 핵융합 반응을 통해 빛을 내는 태양들이다. 별이 연료를 모두 태우고 나면 어떤 최후를 맞는가? 모든 별은 마지막으로 한번 크게 폭발한다. 전체가 폭발하여 산산조각이 나든가, 내부의 핵만 남아서 쓸쓸히 식어가는 길밖에 없다. 후자가 바로 ‘하얀 난장이 별’로 불리는 별의 시체다. 이것이 20세기 전반기 천체물리학의 정설이었다.

여기서 획기적인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있다. 하얀 난장이 별이 대단히 무거울 경우에도 그냥 식어가기만 할까? 엄청난 자체 중력 때문에 점점 안으로 쪼그라들지 않을까. 실제로 태양보다 1.4배 이상 무거운 별은 하얀 난쟁이 별로 남아있지 못하고 수축을 계속한다. 이른바 찬드라세카르의 한계다. 훗날 블랙홀이라고 불리게 될 현상의 실체를 수학적으로 제시한 사람은 인도 출신 천체물리학자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1910~95)다.

하지만 1935년 발표된 그의 이론은 곧바로 천체물리학계의 거물 아서 에딩턴의 조롱을 받으며 무시당하고 만다. 반면 오늘날 우리는 알고 있다. 무거운 하얀 난장이 별은 중성자만으로 뭉쳐진 별로 진화한다. 또한 중성자 별이 태양보다 3.2배 이상 무거운 경우엔 수축을 계속해서 사라져버린다. 밀도는 무한대이고 부피는 0인 상태, 즉 블랙 홀이 되는 것이다.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지만 빛 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검은 구멍이다.

블랙홀은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물질의 미세구조와 우주의 운명을 밝혀줄 핵심 지식이 블랙홀에 대한 이해에서 발견될 것이라고 오늘날 많은 물리학자들의 믿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책은 블랙홀이라는 아이디어의 전기다. 별의 죽음에 대한 논쟁에서 시작해 블랙홀의 존재가 증명되고 관측되기까지의 전 과정에 참여한 20세기의 대표적인 과학자들과 그들의 운명을 좌우한 세계사적인 사건들을 균형감 있게 서술하고 있다. 과학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며 어디서 잘못될 수 있 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 모음이기도 하다. 

조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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