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 교육제도를 보고-宋梓 연세大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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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신교육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교육개혁방안의 가장 중요한 점은 「누구나,언제,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열린 교육사회,평생 학습사회」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은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교육하고는 많이 다른 교육제도다.
현재의 교육제도는 교육의 선택 폭이 거의 없고 또 자율권도 없다.그러나 사람의 개성이 다 다르고 삶의 환경이 다른 것과 같이 교육은 선택도 기회가 많아야 한다.
오늘의 세계화된 기업들이 고객만족을 부르짖는 것과 같이 교육기관들도 공부를 하려는 사람 위주로,즉 학생 위주로 모든 교육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교육을 하는 사람,또는 행정을 하는 사람의 편의 위주로 해서는 안된다.
누구나,언제나,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돼야 「사회는 교실이다」라는 열린 교육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
이같이 교육을 받으려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교육 기회의 선택 자유가 중요한 것과 같이 교육을 하는 학교에 주어지는 자율권도매우 중요하다.
대학이 자율권없이 모든 것을 수동적으로 획일적인 교육을 하면개성이 없는 대학이 되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지도자를 양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대학은 다양화하고 특성화를 이뤄야 경쟁력이 있고 적응력이 있어 사회와 나라의 기대에 부응할수 있다. 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어떻게 가르치고,누구에게 가르치고,누가 가르칠것인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을 때 대학이 자율권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개혁안은 이러한 자율권을 단계적으로 대학에 모두 주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자율권이 거의 없이 정부가 규정하는 틀안에서 집행하는 역할만을 해왔기 때문에 대학에서 다양성이나 특정화된 것을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었다.
오늘의 기업들은 다양한 소비자들이 가지각색으로 원하는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품종 소량생산을 부르짖고 있다.
대학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다양하게 교육받은 사람들을 배출할 때 이 나라와 사회를 조화 있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획일화되고 단조롭기 짝이 없는 우리의 대학교육이 교육을 받으려는 사람이나 교육을 하려는 사람 모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또 선택의 기회를 많이 주게 된다는 면에서 이번의 개혁안은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개혁안은 대학에 들어와서도 학과간의 벽을 낮추어 학생이 어느학과에 속하든 원하는 전공을 여러개 할 수 있도록 전공인정학점을 총이수학점의 25%나 17%수준으로 대폭 낮추게 돼있다.
또 대학의 편입학도 용이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엄청난 대학의 자율권은 대학의 책임이 얼마나 중요해지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이 책임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평가를 통해 공개하고평가 결과를 정부의 재정지원과 연계해 교육의 질이 향상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같이 대학을 살리는 자율권은 원론적으로 교육개혁안에 잘 제시돼 있다.
이러한 대학의 자율권이 정착되려면 첫째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투자 없이는 교육도 수월성을 찾을 수가 없다.세계의 우수한대학들은 예외없이 투자도 많이 하고 있다.교육투자를 「얼마를,어떻게,언제 할 것」인지의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 .
둘째로는 교직원.학생.학부모.동문.재단.정부등 대학의 구성원들이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개혁을 한다는 것은 다시난다는 것인데 기득권을 그대로 가지고는 개혁의 속도가 늦어지는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잘 못하면 원론에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각론까지 개혁의 뿌리가 내려야 한다.
이번 개혁안이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 이 나라의 교육,특히 대학이 자율적으로 거듭나 나라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끊임없이 공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만이 우리의 대학과 나라가 살 수있는 희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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