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지지자 스피처 낙마 힐러리에 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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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힐러리 캠프의 선거자금 모금책이었던 제럴딘 페라로가 인종차별성 발언에 책임을 지고 12일 전격 사임했다. 그는 힐러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오바마 캠프에서 당신에게 흠집을 내기 위해 나를 공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했다. 1984년 대선 때 미 최초의 여성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페라로는 지난주 캘리포니아의 한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오바마가 백인 남성이었다면 오늘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힐러리는 12일 흑인 지역신문들의 연합체인 전미신문발행인협회가 후원한 포럼에서 “나는 페라로의 발언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또 1월 말 흑인 유권자 비율이 높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힐러리가 패한 뒤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84, 88년에 제시 잭슨 목사(흑인)도 여기서 이겼다”며 오바마의 승리를 폄하한 데 대해서도 사과했다.

힐러리의 든든한 지지자였던 엘리엇 스피처 뉴욕 주지사가 12일 섹스 스캔들로 낙마한 것도 상당한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 내 거물 정치인이자 수퍼 대의원인 스피처는 그동안 힐러리를 전폭 지원했다. 게다가 스피처의 후임으로 흑인인 데이비드 패터슨 부지사가 주지사가 된 건 오바마 측에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흑인 주지사가 탄생하기는 뉴욕주에선 사상 처음이다. 미 역사를 통틀어서도 세 번째다. 스피처의 성 추문이 ‘르윈스키 스캔들(클린턴 전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들통난 사건)’을 연상시키는 것도 힐러리 캠프의 고민거리다.

한편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복병을 만났다. 미 최대 노동조합연합체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이 12일 대대적인 매케인 낙선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캐런 애커먼 AFL-CIO 정치국장은 “아버지 부시, 아들 부시에 이어 ‘제3의 부시’인 매케인이 백악관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그의 경제·노동 정책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겠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이를 위해 534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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