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할린은 먼곳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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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극동의 외딴섬 사할린 북부에 최악의 지진이 또 발생했다.칠흑같은 새벽1시,한 도시를 급습한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잿더미로변했고 시민 대부분이 사망했거나 건물밑에 깔려있다고 한다.아직도 0도의 차가운 날씨,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 는 짙은 안개,엉성한 장비로 구조활동 자체가 마비된 지옥같은 아비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천재(天災)를 인력으로 원천 봉쇄할 수는 없다.그러나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노력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인류애적 헌신이 필요함을 르완다 난민촌에서,고베(神戶)지진에서 우리는 거듭 절감했다.단순히 우리네 동포가 살고 있다는 동포애적 헌신이 아니라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시대 흐름을 보더라도 사할린에대한 구호의 손길은 시급하다.
사할린 지진사태는 고베지진과 또다른 참혹상을 보여주고 있다.
중앙정부인 모스크바와는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고,한 도시 한 주의 능력으로 이를 감당하기엔 피해가 너무나 심각하다.『피가 너무 모자라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병원 관계자의 호소는 범국가적 구호를 호소하는 애타는 목소리다.다행히 우리교민들의 피해는없다지만 사할린에는 4만여 동포가 살고 있다.이들에게 조국이 무엇을 했는가를 보여줄 당위적 의무도 있다.
정부차원의 배려와 기업과 민간단체의 적극적 구조 참여가 기대되고 있다.사할린은 먼곳이 아니다.동아시아의 끝자락에서 곤궁하게 살아가는 섬이지만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보유한 자원의 보고다.이 자원의 고갈과 손실은 러시아만의 것이아니라 동아시아 국가 모두의 손실이다.여기에 韓.러관계의 우호증진과 4만여 교민보호라는 차원에서도 정부의 성의있는 구호정책이 세워질 만하다.
기업과 민간단체도 구조활동 이후의 경제적 이익에 앞서 인류의재난이 발생하는 곳에 우리의 손길이 닿는다는 사명감이 발휘돼야한다.그만큼 우리의 국력과 능력은 성장했다.동아시아 국가간의 돈독한 유대와 인류애적 헌신이 사할린에서 다시 한번 유감없이 발휘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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