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3명 나온 1번지 손학규의 ‘종로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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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12일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서울 종로 출마 선언은 23년 전 ‘이민우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1985년 2·12 총선 때 신민당 이민우 총재는 전국구 1번을 포기하고 서울 종로-중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에서 선명 야당의 바람을 일으키려는 YS(김영삼 당시 민추협 고문)의 깜짝 카드였다. 당시 종로-중구는 민정당 이종찬, 민한당 정대철 후보가 아성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예상을 깨고 1위(이종찬)와 엇비슷한 2위(당시는 중선거구제)로 당선됐다. 이민우 돌풍은 전국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와 신민당은 창당 25일 만에 67석의 제1야당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현재 통합민주당이 처한 상황은 23년 전 5공 권력과 맞섰던 신민당보다 나을 게 없다. 당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3분의 1 수준이고 기간 조직은 대선 참패 뒤 깊은 무기력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출마 회견에서 “50년 민주세력, 정통야당을 살리고 서민을 대변하는 건강한 야당을 세울 수만 있다면 내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 당의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이명박 1% 특권층 정부의 독선과 횡포를 막는 수도권 대오의 최선봉에 서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당의 총선전략 면에서 그의 종로 출마는 수도권 30, 40대의 표심을 겨냥한 의미가 있다. 한 측근은 “지난해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찍은 수도권 30, 40대 가운데 상당수가 지금 ‘거여(巨與) 견제론’에 호응하고 있다”며 “이들을 적극적 야당 지지층으로 돌려세우기 위해선 손 대표가 서울의 한복판인 종로에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전만 못하지만 ‘정치 1번지’라는 종로의 상징성도 만만찮다. 청와대를 끼고 있는 종로는 대통령만 3명(이명박·노무현·윤보선)을 배출한 명문 선거구다. 손 대표가 종로에서 당선된다면 명실상부한 야당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게다가 종로의 유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투표하는 선거구에서 야당이 승리한다는 상징적 효과도 크다.

그러나 여건은 녹록지 않다. 맞상대인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기다렸다”며 오히려 손 대표를 제물 삼아 화려하게 3선 고지를 밟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실시한 중앙SUNDAY 여론조사에서 다른 민주당 후보군에 비해 압도적 지지율 우위를 기록했다. 10% 중반대에 머물고 있는 민주당 지지율도 손 대표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손 대표와 함께 민주당의 투톱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동작을 출마를 발표했다. 손 대표는 서울 북쪽을, 정 전 장관은 서울 남쪽을 나눠 맡는 모양새다. 정 전 장관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은 잘못된 정책 방향을 바로잡고 새롭게 실천하는 강력한 야당을 원하고 있다. 당이 권유한 서울 남부벨트 지역에 출마해 이 지역에서 의미 있는 의석을 만들어내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동작을은 지리적으로 한강 이남 지역의 정중앙이다. 강남 지역의 한나라당 강세 흐름을 정 전 장관이 동작에서 차단해주면 관악·구로·금천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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