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한 식량지원 解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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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는 26일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대해 아무런 조건없이 곡물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내외에 천명한 바 있다.이러한제의는 종전의 부대조건을 뛰어 넘는 획기적이고 진일보된 제안이다. 사실 북한의 식량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북한의 식량수급실태를 보면 이미 알려진 바 같이 90년이후 매년 2백만t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러한 부족량을 보충하기 위해 매년 약 1백만t을 해외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며,나머지 부족량은 기준 배급량에서「전쟁비축미」「애국미」명목으로 30%이상 감량배급해 연간 1백만t을 절약,대처해오고 있는 실정이다.이외에도 그동안 비축양곡방출등으로 식량위기를 극복하여 왔으나 현재 비축미마저도 바닥상태인 것으 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 밝혀진 실제곡물 식부면적은 1백30만정보로 지금까지 우리측이 추정한 곡물식부면적 1백60만정보보다 약 30만정보나 적어 이 수치를 적용할 때 실제곡물부족량은 2백만t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북한은 곡물증산을 위해 오래전부터 농업부문 투자에 국방투자 다음으로 집중하여 왔으나 집단농장체제의 구조적 모순에 따른 농민들의 생산의욕 상실이 무엇보다 농업생산성을 크게 저하시키는 한 요인이 되어왔다.여기에 최근의 악화된 경제사정 에 따른 비료.농약등 농자재의 공급부족으로 전지역에 병충해 피해가 확산됐으나 아예 속수무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 다급해진 것은 북한의 최대곡물 수입국인 중국마저도 對北곡물수출을 작년하반기부터 중단했다.93년에는 중국으로부터 1백7만t을 수입했으나 94년은 가액으로 환산해 93년 보다 78.9%나 감소되있다.금년 5월 기준 북한의 전체 곡물수입 1백15만t중 중국으로 부터는 겨우 1만1천t에 불과하다.
이러한 급격한 감소추세는 중국자체의 흉작에 따른 원인도 있겠으나 이미 중국정부가 북한과의 정치적 미해결 문제에 대하여 식량을 대북한 압력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 대중국수입 의존도가 크게 감소되면서 자연히 수입선을 다변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나 북한의 현 경제사정상 수입선을 다변화한다 해도 현금결재가 어려운 상황이라 일본이나 남한에 장기 대여 또는 무상으로 지원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경우 북한에 곡물을 제공할 여유가 있는가.수치상으로는 현재 재고량이 1백50만t에 불과하다.이 양으로는 국내 수급조절상 북한에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판단된다.실제 쌀의 경우 UR협상으로 향후 10년간 최소시장 접근물량으로 금년부터 5만t이 수입되기는 하나 자급률과 재고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 예상돼 수입쌀의 북한 공급도 어려울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측에 식량을 공급한다면 제3국의 양곡을 직접 북한으로 공급하는 방안이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된다.특히 물량공급위주의 지원정책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보리와 옥수수 공급이다.지원방법은 북한의 자존심과 명분을 고려,84년한국의 수재때 우리가 받은 데 대해 보답하는 형식으로 무상 제공 또는 장기대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할 경우 물량은 1백만t 범위내에서고려하고,곡종은 보리나 옥수수로 하면 1억~1억3천만달러의 재원이 소요된다.그동안 對북한 식량제공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남한의 대북 식량제공을 민족 내부간 거래로 인정할 수 없다는 미국의 이의제기도 수입의 경우 자연히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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