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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제목도 영어로 못 쓰는 가짜 학력 교수 대학 떠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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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번 학기에도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허위 학력 교수들에게 강의를 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난해 ‘신정아 사건’ 이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던 허위 학력 교수를 대학과 관계 당국이 철저히 조사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처럼 큰소리쳤지만 아직도 그들이 강단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법원이 러시아에서 엉터리 박사 학위를 취득한 교수와 강사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려 큰 충격을 주었다. 올해 2월에는 지방의 한 대학에서 허위 학력 교수에 대한 대학 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조치에 분개해 동료 교수를 검찰에 고발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가짜 또는 엉터리 박사들의 유형을 보면 ‘외국에 존재하지도 않는 가공의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했다고 한 가짜 박사’ ‘외국과 학위시스템이 다르다는 이런 저런 이유로 박사라고 주장하는 가짜 박사’ ‘외국의 비인가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엉터리 박사’ ‘소위 학위공장으로 알려진 대학이나 학사 운영이 부실한 대학에서 편법으로 학위를 취득한 엉터리 박사’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인천시 조사에 따르면 허위 학력자 9명은 자신이 작성한 논문의 영어 제목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한다.

허위 학력 교수가 과연 대학 교수의 기본 책무인 교육·연구·봉사의 사명과 이상적인 민주사회를 창출하고 시범을 보이는 지적 행동의 사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최근 국무위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도 하기 전에 스스로 중도 사퇴한 것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재 평가의 핵심 키워드인 정직성(integrity) 때문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연 허위 학력자들이 공소시효가 없는 도덕과 양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어떻게 견디고 강단을 지킬지 심히 걱정된다. 지금이라도 허위 학력 교수들이 한때 허망된 과욕이 저지른 죄를 깊이 반성하고 대학을 떠나기 바란다.

서승직 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