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의행복한공부] 아이 공부 방해의 주범은 엄마 잔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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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아이들에게 공부와 관련해 화날 때가 있느냐고 물으면 자주 나오는 대답이 있습니다.

“공부 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책상 앞으로 가려는데 꼭 그때 엄마가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그럴 때면 짜증이 나서 공부하기도 싫어져요.”

자신의 결정이 아니라 부모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되면 의욕이나 실천력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학습목표나 계획을 짤 때도 마찬가지죠. 부모님이 학습목표와 계획을 정해 주거나 계획을 세우도록 강요한다고 해서 그게 제대로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자기 의사가 존중되지 않으면 실천의지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요.

저는 학생들과 공부 이야기를 할 때 “이 정도는 해야 돼” 같은 말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대신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오면 만족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학생은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현실적인 목표를 이야기합니다. 더러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수준을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4등급인 학생이 1등급을 목표로 잡는 식이죠.

이럴 때면 학생의 상황에 따라 목표를 조금 낮추도록 권하기도 합니다. 높은 목표를 잡아놓고 달성하지 못하는 것보다 낮은 목표라도 이뤄서 성공 경험을 쌓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죠.

이렇게 학생 스스로 학습목표를 정한 뒤에는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있는 대로 떠올려 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보통 빠지지 않는 것이 컴퓨터·휴대전화·TV 같은 것들이죠. 물론 부모님의 잔소리나 동생의 방해를 말하기도 하고 잠이 많다, 의지가 부족하다며 자신의 육체적·심리적 문제를 들기도 합니다. 혹은 공부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대화를 하다 보면 학생이 자신의 환경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됩니다.

문제들을 다 끄집어냈으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죠” 같은 막연한 이야기를 하는 학생도 물론 있지만 장애물들을 열거해 봤기 때문인지 구체적인 문제 해결 방법과 나름의 공부 대안을 찾는 아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컴퓨터 사용 시간이나 TV 시청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 구체적인 공부 분량·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정말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면 가능한 이유까지 설명하기도 하죠.

학생 스스로 말했다고 그것이 다 지켜지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자율적인 책임감과 실천 의지가 더 강해지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직접 떠올린 대안에 아이디어를 보태면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계획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최성환 아시아코치센터 학습전문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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