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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엄마 성격 따른 아이 양육법 "원칙형 엄마, 규칙만 내세우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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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심리와 부모 코칭 프로그램을 연구해 온 이정화 박사는 “부모가 자신과 아이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야 갈등을 줄이면서 온전한 인격체로 아이를 기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정치호 기자]

“아이 성격도 정확하게 모르고, 아이가 잘 받아들이는지도 모르면서 우리 부모님들은 자기 방식을 너무 강요합니다. 그래서 부작용이 생기고 아이의 잠재력도 묻히는 겁니다.” 10여 년 동안 아동심리와 부모 코칭 프로그램을 상담 현장에서 연구해 온 이정화(41·한국아동심리코치센터 대표)박사. 이 박사는 아이를 잘 기르려면 아이를 잘 이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먼저 부모가 자신의 성격부터 잘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사건건 갈등만 생기기 마련이란다. 예컨대 자기에게 엄격하고 비판에 민감한 ‘원칙형 엄마’가 호기심과 에너지는 넘치지만 틀에 박힌 걸 싫어하고 꼼꼼하지 않은 ‘낙관형 아이’를 키울 때 생기는 갈등도 그런 경우다.

“컴퓨터 게임을 한 시간만 하기로 약속했다고 해요. 그럼 원칙형 엄마는 30분이 지날 때부터 아이를 지켜보며 눈치를 줍니다. 하지만 아이는 시간이 지나도 ‘5분만, 1분만’ 하며 시간을 끌지요.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기준과 원칙을 내세워 따발총을 쏩니다. 그래도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죠. 나중엔 아예 무시합니다.”

이렇게 낙관형 아이가 고통스럽고 싫어하는 일을 회피하는 걸 모르고 규칙만 내세우니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박사는 학부모에게 권한다.

“아이와 부모는 다르다는 걸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부모와 아이가 각각 어떤 성격 유형인지 점검하는 겁니다. 그래야 갈등도 줄이고 삶도 살찌울 수 있거든요.”

이 박사는 최근 펴낸 『엄마의 성격을 알면 아이가 보인다』(교보문고)에서 에니어그램(enneagram)을 활용해 부모와 자녀의 성격을 원칙형·조력자형·성취형·낭만형·관찰형·안전형·낙관형·보호통제형·조율형 등 9가지 유형으로 나눈 뒤 성격에 맞는 아이 지도 방법을 소개했다.

에니어그램은 서양에서 3000년 전부터 인간의 성격 유형을 9가지로 분류하는 데 사용해 온 모델로 한국에니어그램연구소 홈페이지(www.kenneagram.com)나 에니어그램 강사들의 카페(cafe.naver.com/kenneagramer5), 『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우리 아이 속마음』(연경미디어)을 통해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성격의 장단점(표 참조)을 잘 파악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조력자형 부모는 보호통제형 아이에게 간섭하기보다는 믿음과 함께 권한을 주고, 관찰형 부모는 조율형 아이가 소외감을 갖지 않도록 일의 우선순위를 상의하면서 진행하라는 식이다.

“어떤 성격도 좋다 나쁘다 할 수 없습니다. 장단점이 다 있고, 누구나 다양한 성격을 조금씩 지니고 있거든요. 그래서 성격 유형을 파악해 아이의 코드에 맞춰 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자신을 ‘보호통제형’ 부모로 분류한 이 박사는 ‘관찰형’ 아이인 중3 딸의 코드에 맞춰 학습·습관·감성·타인과의 관계를 지도한다고 한다.

“관찰형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는 편이에요. 행동하기 전에 조사부터 하는 신중한 스타일이지만 사회성은 약하지요. 그래서 아이를 움직이려면 납득할 만한 증거와 논리를 대야 해요. 혼자 있는 시간도 허용해 주고요.”

물론 아이 행동이 더디고 포부가 작아 마뜩찮을 때가 많지만 아이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려고 한다. 강압적으로 대하는 대신 숨은 강점을 인정해 주면서 새로운 질문과 목표를 던졌더니 놀라운 성과물을 내놓더라는 것.

“겉으로 나타나는 행동만 보고 아이 성격을 단정하는 건 금물입니다. 성격 특성은 20세 전후에 온전히 드러나거든요. 그러니까 내면의 의도와 마음을 세심하게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고칠 수 있어요.”

글=김태수 기자, 사진=정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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