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도전! 4人4色 스토리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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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내 운명

멋 디자인? 이젠 맛 디자인!

 “요리에 관심이 많아 그 길로 들어섰을 뿐입니다.” 캐주얼 레스토랑 50(FIFTY)을 운영하는 장용한(36)씨는 전직 디자이너다. 국내 유명 의류브랜드 남성복 디자이너로 3년 간 근무하다 요리에 필이 꽂혀 파리로 날아갔다. 세계 3대 요리학교로 명성이 자자한 르 코르동 블루에 입학했다. 2003년 4월의 일이다. 요리와 제과·제빵을 9개월 만에 수료했다. “외국 생활하면서 집 안에 있는 시간만큼 아까운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스케줄을 타이트하게 짰습니다.” 르 코르동 블루의 수업은 매일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6,7시나 돼야 끝이 난다. 실습이 길어져 밤 9시를 넘기기 일쑤고 토요일 수업도 비일비재하다. 파김치가 될 만도 한데 장씨는 일요일마저도 스스로 반납, 유명 레스토랑의 맛을 섭렵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언어의 벽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워낙 예능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음악, 특히 팝송을 좋아해서 AFKN을 즐겨 들었죠. 그래서 남들이 모르는 노래도 많이 알았어요.” 장씨는 뭐 하나에 매달리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고 털어놓았다. 디자이너가 됐던 것도 그의 근성이 한몫했다고.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일본 의류회사 기획실 MD로 입사하기 위해 수업 후와 방학 중 패션 MD 학원을 다니며 틈틈이 실무를 익혔다. 입사 후 3년 정도 일하다 보니 디자이너란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결국 국내 회사로 옮기면서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언뜻 쉽게 바꾸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일이든 새출발하려면 많은 조사와 준비 기간을 둡니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죠.”
 카페 50의 오픈을 앞두고 그의 몸은 더욱 바빠졌다. 르 코르동 블루 요리수업 시절 수집한 자료를 꼼꼼히 분석, 활용하는 한편 시간 날 때마다 선진 요리를 배우러 여행길에 올랐다. 런던·뉴욕·벨기에의 레스토랑과 카페를 돌며 마음에 드는 15군데를 발견했다.
 “카페 50은 15곳의 장점이 합체된 공간입니다.” 그는 창고 같은 건물 내부에 서로 다른 스타일의 빈티지 가구를 배치했다. 천장이 높은 점을 이용해 주방은 2층으로 올렸다. 한 쪽 벽면을 앤틱 거울과 액자로 꾸민 아이디어도 그의 발품에서 나왔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습니다. 카페 이름 50도 그런 의미가 담겼지요. 앞으로 제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차곡차곡 풀어나갈 겁니다. 패션 관련 일도 조만간 다시 시작할 예정이지요.”그에겐 하고 싶은 일이 늘 50%쯤은 남아있는 모양이다.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choi3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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