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分野-본디 뜻은 점성술의 별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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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어렸을 적 한여름 밤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 별이 쏟아지는하늘을 바라보면서 별을 세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또 자기 별을 하나씩 정해 두기도 했을 것이다.
옛날 중국 사람들도 그랬다.사마의(司馬懿)가 북두칠성의 큰 별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제갈량(諸葛亮)의 죽음을 눈치챘다든지,이태백(李太白)의 어머니가 태몽에 태백성(太白星.金星)이 품안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李太白이라 이름 지 은 것 등이그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은 별자리를 특정 지역에도 대응시켜 생각했다는 점이다.이를테면 어떤 별자리는 어느 州,어느 나라에 속한다고 여겼던 것이다.이렇게 한 것은 점성술 때문이다.별자리의 변화를 보고 길흉을 점쳤던 것인데 천문관은 매일 상대국 별자리의 조짐을 예의 관찰해 그 나라의 길흉을 파악했다.
그러다 보니 지역별로 고유의 별자리가 하나씩은 있었다.이렇게해 도합 28개의 별자리를 같은 수의 지역에 소속시킴으로써 전국을 망라했는데 그것이「분야(分野)」였다.
그래서 간혹 문학작품을 읽다 보면 특정한 지역과 별자리를 연계시킨 경우를 보게 된다.당나라 초기 왕발(王勃)이 쓴 등왕각서(藤王閣序)를 보면 첫머리에… 「홍도(洪都)는 별자리로 치면익성(翼星)과 진성(軫星)에 해당된다」고 하는 부분이 나온다.
위에서 보듯「分野」라는 말은 본디 점성술에서 비롯된 천문학적인 개념으로 「별자리」라는 뜻이다.전국을 28개 分野로 나누었듯이 후에는 어떤 사안을 나눈 것도 分野라고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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