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몸 맞추는’히어로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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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9일 부산 사직야구장. 우리 히어로즈 송지만은 롯데와의 프로야구 시범경기 2차전에 앞서 운영팀에 “유니폼 바지가 너무 꽉 낀다.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이광환 감독도 “유니폼 앞쪽에 자수로 새겨진 팀 명칭이 너무 딱딱해 가슴이 아플 정도”라며 고쳐달라고 했다.

8구단으로 출범한 우리 히어로즈가 어수선한 가운데 시범경기에 나서고 있다. 유니폼도 불완전했고, 연봉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일부 선수들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등 준비가 덜 된 모습이었다.

8일 시범경기 개막일 새벽에 서울에서 급하게 공수된 유니폼에 대한 불만이 제일 많았다. 유니폼에 선수 이름도 미처 새겨지지 않았다. 정수성 등 일부 선수들은 첫날 경기를 치른 뒤 아예 바짓단을 줄여 스타킹이 드러나는 ‘농군패션’을 만들었다.

선수들은 훈련 전 더그아웃에서 직접 헬멧 등에 팀 엠블럼 스티커를 붙여야 했다. 일부는 현대 마크가 붙은 용품을 사용하다 구단 직원들에게 제지를 받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미계약 선수 시범경기 출전 불가 방침에 따라 김동수·이숭용·전준호 등은 그라운드에 나오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에서 훈련하던 2군 선수들이 급히 부산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1.5군이 경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박노준 단장은 9일 “미계약 선수는 앞으로 사흘 안에 계약하지 않으면 협상 테이블을 접겠다”고 최후통첩했다.

시즌 개막 엔트리를 완성하기 위해 언제까지 미계약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전날 롯데에 1-6으로 패한 히어로즈는 이날 2차전에서는 3-2로 이겼다.

부산=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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