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상권 지각변동 오려나-남.동대문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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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 남대문과 동대문 두 시장의 세력 균형이 깨지고 의류상권의 지각변동이 이뤄질 것인가.
동대문시장 일대 재개발 상가들의 분양이 홍수같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남대문시장에서 아동복 도매장사로 13년간 잔뼈가 굵은 金모(46)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그는 고향친구인 동대문시장 상인의 권유로 장기적인 사업확장을위해 동대문시장안에 96년 완공될 지상16층짜리 N의류상가의 매장을 분양받을 예정이다.그러나 그는 기존의 남대문시장내 임대매장을 포기하든지,아니면 동대문시장의 분양을 포 기해야만 할 딱한 처지가 돼버린 것이다.
그는 남대문의 동료상인들 뿐만 아니라 상우회등에 동대문시장에점포를 얻은 사실이 알려지면 심지어 보증금만 내주고 내쫓겠다고압력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실제로 88년 10여명의 남대문상인들이 진로도매센터에 점포를 구해 2중으 로 장사하려다 상우회등에 발각돼 권리금은 고사하고 보증금만 받고 떠나라는 강요에 못이겨 모두 진로쪽을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
◇상권 확장.상권 수비=동대문시장 재개발 상가 분양업자들은 이 일대 기존상인들의 점포 수요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경쟁상대인 남대문시장 입주상인들을 집중공략중이다.이들은 국내 의류부문 핵심상권이 동대문으로 옮겨진다고 선전하면서 남대문사람들을모으고 있다.남대문시장 상인들에게는 분양가격을 파격적으로 우대해준다는 조건을 암암리에 내세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대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한 남대문시장은 지주와 상우회등을 중심으로 우선 집안단속에 적극 나섰다.
이들은 상인들을 대상으로 남대문상권이 새벽 도매시장 뿐 아니라 소매시장으로서도 최근 부쩍 활기를 띠고 있어 영업수익면에서동대문보다 우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동대문시장 관계자는『이미 남대문시장 상인의 60~80%가 이 곳 점포를 분양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남대문시장 관계자는 『현재 고작 10여명 안팎의 상인들만이 동대문쪽으로 옮기려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들은 지주들에게 명단을 통보해 공동상권보호 차원에서 불이익이가도록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동대문의 일부 기존상인들도 자신들의 상권이 대폭 확대되면 권리금이 올라가는등 사실상 이득이라는 판단으로 분양업자들에게 남대문등 외부지역의 상인들을 소개하는등 물밑으로 돕고 있다.
남대문시장도 근본적인 대책에 나섰다.남대문시장측은 다음달 2일 모든 지주들과 상인.시장관계자들이 모여 남대문시장 상권보호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모임을 마련키로 했다.이들은 지방상인들이남대문일대의 주차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권이 위축되고 있다고 판단해 지지부진한 재건축문제를 다시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1천여명에 이르는 지주들이 재건축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아래 이들을 적극 설득,재건축 추진을 서두를 방침이다.
◇새벽시장 개장시간 싸움=남대문과 동대문시장은 93년 이전까지만 해도 오전2시가 개장시간이었다.그러나 93년 동대문의 의류도매상가들이 지방고객 확보차원에서 오후11시에 조기(早期)개장하면서 남대문과 동대문간 새벽 의류시장 개장시간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게 됐다.
兩시장이 같은 시간에 개장하면 지방소매상인들이 새벽장을 보러올 때 대부분 한 곳만을 정해 단골로 오게 마련이다.그러나 동대문시장이 오후11시부터 조기개장하자 지방 상인들은 다양한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 우선 동대문에 들러 의류를 구 입한 뒤 오전2시가 넘어 남대문시장에서 추가로 몇가지를 더 사 내려가는 구매패턴을 보인 것이다.
당연히 남대문의 새벽시장은 매출이 떨어졌다.남대문시장측은 대부분의 상인들이 단순히 옷을 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산까지 담당하는 것을 무기로 동대문에 대해 의류공급을 중단하는보복사태로까지 확산됐었다.
이에따라 남대문시장도 최근에는 대부분 개장시간을 오전1시로 앞당겨 동대문의 상권확대에 쐐기를 박고 있다.
金是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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