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校內폭력 근절책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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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소년들의 교내폭력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최근의 학생폭력은 단순폭력보다 오히려 강도등 강력범행에 가까울 정도로 범행 수법이 흉포해지고 있어 더욱 걱정이다.경찰에 적발된 여학생 폭력서클「선주파」구성원 10명의 범죄사실을 보면 교 내 폭력조직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할 수 있다.이들은 1년여동안 교내 화장실이나 학교주변 골목길등에서 학생 13명으로부터 33차례에 걸쳐 현금 15만원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문제는 금품규모 보다 이들의 상습폭행에 시달리던 한 여학생은 지난달 다른 학교로 전학했고,또 다른 여학생은 학업을포기하기까지 했다는 점이다.아침 등교길마다 폭력배를 만나면 반항하지 말고 주라고 중학생인 아들에게 별도로 돈 을 챙겨주는 학부모까지 있다고 한다.특히 국민학생 상당수도 교내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적도 있다.
한때 학교주변 폭력이 사회문제가 되자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이니 「사친(師親)방범대」니 하는 묘안이 백출했지만 실효를 못거두고 모두 일과성으로 그쳤다.그때마다 경찰이나 학교당국도 특별단속.설문조사단속.출장면접조사등 빼놓 지 않고 여러대책을 내놓았지만 흐지부지 되기 일쑤였다.
이제 학교주변 폭력은 더 이상 강건너 불이 아니다.한발짝 차이로 우리집 아이가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을만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지금 이순간에도 어느집 아이가친구 꾐에 빠져 비행을 저지를지,또는 피해를 보 고도 보복이 두려워 가슴졸이고 있을지 모른다.
실태가 이 지경인데도 어른들은 웬만한 청소년들의 비행(非行)에는 놀라지 않을 정도로 점점 무감각해지고 있으니 큰 일이다.
청소년은 이 사회의 거울이다.사회의 모든 행태가 여과없이 그대로 청소년들에게 반영된다는 것이다.그러므로 청소년 범죄대책에는 왕도(王道)가 없다고도 한다.엄포만으로는 더욱 안된다.잠시도 한눈팔지 말고 이들에게 꾸준히 따스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중요하다.부모가 자녀들에게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매일매일 묻고 챙기는 것을 일과로 삼자는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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