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自 李대표 회견 의미.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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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자당 이춘구(李春九)대표의 18일 회견은 다분히 의례적인 행사였다.취임 1백일이면서 이날 지방선거대책기구를 구성하는 만큼 의식이 필요해 준비한 회견으로 보였다.그런 만큼「뉴스」가 나오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웠다.실제로 새로운 내용 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이날 회견과 선거대책기구 발족식을 계기로 분명해진 것이 있어서다.바로 이번 지방선거가 李대표와 김덕룡(金德龍)총장의 권한과 책임아래 치러지게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李대표에게는 적지않은 시련이 있었다.통합선거법 개정과지방후보선정 작업의 초반난조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李대표가 회견에서『최선을 다했지만 미흡한 점이 있다면 국민과 당원에게 죄송하다』고 한 것도 이를 의식해서다.
그럼에도 李대표는 이날 자신의 위상에 대한 질문에『대표로서의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존심 강한 성격인 만큼 스스로 그렇게 믿고 있지 않다면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선거에서 李대표는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민자당의 남은 어려움은 크게 두가지 같다.조직과 자금이라는 여당의 양대 무기가 크게 무력화됐고 당력 총동원체제 구축이 미흡해 보인다는 점이다.
당내에는 그래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비관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의 호남아성은 견고하고 자민련도 신민당과의 통합을 계기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이날 회견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대해(大海)로 金총장과 함께 일엽편주를 띄우는 李대표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다음은 일문일답.
-순회유세를 할 생각인가.
『필요하면 직접 일선에 설 생각이다.』 -경선이 내년 총선에도 도입되나.
『이번 광역후보 경선은 여당사상 처음이다.민주적으로 잘해내 뿌듯하다.총선도입은 신중히 검토하겠다.』 -이번 선거를 중간평가로 보는데.
『국민들은 지방살림을 맡을 사람을 뽑는 선거로 생각한다.
중간평가 운운은 소수견해다.』 -선거후 정계개편 가능성은.
『이해가 안간다.민자당 패배를 전제로 정계개편을 얘기하는 것은 우리를 음해하려는 시도다.』 -최근 여권일각서 新주체론이 나오는데.
『민주정당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李대표는 이러면서 뒤의 배석자쪽으로 고개를 돌려 新주체론을 얘기한 김윤환(金潤煥)정무장관에게『좀더 잘해보자는 얘기아냐.
그렇지』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일었다) -재정지원은.
『쪼들리고는 있으나 국고보조도 있고하니 그런 테두리안에서 노력할 생각이다.』 -민주당 경기경선 돈봉투사건은 어떻게 보나.
『부끄럽고 불미한 사고다.민주당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에대한 국민의 시각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청와대의 당무간여가 늘어난 인상인데.
『대표로서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대통령이 당무를 챙기겠다고 말씀하신 것은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현안이 있으니좀더 관심을 가지고 돕겠다는 뜻에서 한 말로 안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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