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유치 한국 여전히 소극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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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화에 관한 한 한국은 여전히 홍콩과 싱가포르에 배울 게 많습니다.”

이희열(43·사진) 바이엘쉐링제약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은 ‘싱가포르에 있는 바이엘 아태본부를 한국으로 옮길 의향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옮기고 싶지만 객관적인 평가가 그렇지 못하다”고 답했다.

영어명 ‘크리스 리’로 더 알려진 이 사장은 다국적 제약사의 아태본부 책임자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이다. 스스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긍지를 갖고 있지만,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홍콩과 싱가포르에 미치지 못해 안타깝다고 한다.

“우선 영어가 여전히 걸림돌입니다. 여기에 외국인 회사를 좋지 않게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많답니다.”

이 사장은 보이지 않는 차별 사례로 주식시장을 들었다. 한국에서는 매일 시황을 분석하면서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는데, 홍콩과 싱가포르는 이런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의 매매가 중요한 정보이기는 하지만 내국인과 구분해 일거수일투족을 알리니 외국인들이 매우 거북해한다”고 전했다.

특정 지역의 홍보에 주력하다 보니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실종하는 경우도 있단다. 그는 “가끔 CNN에서 인천과 광양의 경제자유구역을 알리는 광고를 보는데 나라 이름을 볼 수 없었다”며 “외국인들은 인천과 광양을 중국이나 일본에 속한 지역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국적 제약업계에서 이 사장은 초고속 승진의 대명사로 통한다. 미국 애리조나대를 졸업하고 1990년 머크 본사에 입사해 2년7개월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97년 한국BMS제약의 초대 사장을 맡아 연평균 5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주도하며 BMS오세아니아 사장으로 영전했고, 2005년 바이엘 차이나 사장으로 스카우트된 데 이어 지난해 1월 아태본부 총괄사장에 올랐다. 싱가포르로 옮긴 이후에도 그는 두 자릿수 성장을 계속 일궜다.

의약품 전문 조사기관인 IMS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제약사로 바이엘을 꼽았다.

싱가포르=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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