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 조병화(1921~2003)
후끈한 목욕탕에 들어앉아
손등의 때를 민다
온몸에서 겨울을 밀어 낸다
어디선지
꾸, 꾸꾸, 꾸꾸꾸
대지가 열리는 소리
경칩, 개구리 한 마리 울고 있네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목욕탕에서 겨울 내내 밀린 때를 벗겨내고 있는데, 아 보드랍고 싱그러운 손등에서 튀어나온 걸까요. 타월로 밀다가 슬쩍 내려다보니 훈풍 내음 감도는 손등에서 들려와요. 아직은 겨울 흔적을 지워내느라 힘이 든 듯 꾸, 꾸꾸거리지만 벌써 귀에는 초록 물로 대지의 목욕탕을 후끈하게 달구는 울음소리 가득하네요.
<박형준·시인>박형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