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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경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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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칩’ - 조병화(1921~2003)

후끈한 목욕탕에 들어앉아

손등의 때를 민다

온몸에서 겨울을 밀어 낸다

어디선지

꾸, 꾸꾸, 꾸꾸꾸

대지가 열리는 소리 


경칩, 개구리 한 마리 울고 있네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목욕탕에서 겨울 내내 밀린 때를 벗겨내고 있는데, 아 보드랍고 싱그러운 손등에서 튀어나온 걸까요. 타월로 밀다가 슬쩍 내려다보니 훈풍 내음 감도는 손등에서 들려와요. 아직은 겨울 흔적을 지워내느라 힘이 든 듯 꾸, 꾸꾸거리지만 벌써 귀에는 초록 물로 대지의 목욕탕을 후끈하게 달구는 울음소리 가득하네요.

<박형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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