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韓.日관계 첫단추 다시 끼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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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잘못된 韓日관계의 첫 단추를 다시 끼우자.』 오는 6월로 체결 30주년을 맞는 한일기본조약 및 협정(이하 한일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 일각에서 일고 있다.
한일협정은 양국 관계정상화를 처음으로 명문화했다는 역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 미숙아였다는 근거에서다.
체결 자체가 굴욕외교라는 각계의 반대론을 무릅쓴 정치적 결정이었고 이후에도 재일교포의 지위,정신대와 같은 개인 배상문제등 풀기 어려운 과제가 줄을 이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개정필요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한국근현대사연구회(회장 兪炳勇)와 근현대사연구소(이사장金成俊)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일협정의 역사적 재평가」심포지엄에서 이런 개정론을 공론화한 김영호(金泳鎬)경북대교수(경제학)는 대표적인 개정필요론자.
金교수는 한일기본조약은 한국을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로 규정하고 있는데 남북한의 동시 UN가입,일-북한 국교교섭등 국제적상황이 변했음을 개정필요성의 근거로 들었다.또 식민지배상과 관련해 한일협정에선 청구권이란 모호한 표현아래 실 질적으론 경제원조로 국가차원에서 일괄처리됐으나 원폭피폭자등에 대한 민간보상문제가 폭넓게 제기되는 현실도 개정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金교수는 『식민지배에 대한 원인무효선언과 이에 대한일본의 사죄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일협정 개정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본질적 문제를 놔둔채 구총독부건물 철거 등만으로는 일제청산은 요원하다』고 역설한다.최종고(崔 鍾庫)서울대교수(법학)도 2백해리 경제수역시대 돌입등 사정변경을 들어 어업협정을 비롯한 한일협정 개정필요성에 동조하는 입장.
개정론자들은 일본도 명치유신을 전후해 구미(歐美)각국과 맺었던 불평등조약을 후일 개정한 전례가 있음을 지적하는데 한일협정을 전공한 이원덕(李元德)박사(정치학.서울대 지역종합연구소 연구원)는 『협정개정이 정신적면에서의 과거청산이 주 목적임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처럼 국가차원의 보상포기선언도 검토할만 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사학.정치학계의 이같은 주장에 대한 법적인 이견도 만만찮다. 유병화(柳炳華)고려대교수(국제법)에 따르면 한일협정의개정은 정치적으로는 몰라도 법적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것.고종황제등에 대해 물리적 압력을 넣어 맺은 1905년 을사보호조약과그에 따라 외교권이 없는 상태에서 체결된 조약들,예컨 대 한일합방조약등은 국제법적으로 시비의 여지가 없는 원인무효이며 민간보상 역시 국가가 대신 처리할수 없는 성질로 국가간 조약이 어떻게 규정하든 개인보상을 청구할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柳교수는 따라서 협정개정에 외교력을 쏟느니보다는 정신대보상등에 관한 특별법제정을 일본에 요구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金成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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