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생각하는우리교육>재난대처 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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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 나라가 위기와 재난의 직접적.간접적 충격을 다뤄나가는 모습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과 다음세대의 발전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동안 대구 가스폭발사고를 비롯,연이어 터진 대형 인재(人災)에서 우리가 위기를 다뤄가는 스타일은 행정적 문책,사회적 비난과 개탄,그리고 망각에 그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는 이런 큰 사건들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설명이 없다.설명의 부재속에 기성세대의 무책임.비양심.부실공사가 다음 세대로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왜 아이들에게 좀 더 문제의 심각성과 직시해야 하는 사실과 기성세대의 약점에 대해 얘기를 안 해주는 것일까.불안전한 세계에서 아이들이 두려움으로 나약해질 것을 우려해서인가,무책임한 기성세대로서 아이들에게 부끄러워 할말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아예 잦은 재난에 이미 불감증이 되어서인가.재난이 있을 때마다 미디어를 통해 또는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심리학자들까지 참여해 아이들을 포함하는 전체 사회구성원들의 위기에 대한 감정과 의미를 정리하는 선진사회의 태도와 대조가 된다.
얼마전 오클라호마테러사건과 관련해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어린이들을 초대해 나무를 심고 테러 추방 결의를 다진 경우가 그 한 예다.후배 세대를 위해 기성세대가 「사회 공동체교육」을 실천하는 태도인 것이다.없었어야 할 재난이었지만 엄 청난 희생을통해 우리가 배워야만 한다면 다음세대가 전세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공동체적 교육과제로 승화시켜 나가는 길뿐이다.
학생들의 감정과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글쓰기를 통해 재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도록 한다.모금참여 등을 통해 재해복구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또 재난의 직접.간접 원인을 정확히 설명해 주고 중.고등학생들로 하여금 국가적 사업의 공공책 임에 관한 이야기,기술적 문제에 대한 분석 등을 토론하도록 할 수 있다.
무모하고 졸속으로 일을 추진하는 기성세대의 직업윤리를 그들이물려받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서로의 생존을 책임지고 있다는사실을 다음 세대에게 알려주고 새로운 직업윤리를 구축하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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