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전우를 위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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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18면

★★★
감독 펑샤오강
주연 장한위
러닝타임 124분
개봉 예정 3월 6일

집결호

중국 인민해방군과 국민당 군대의 내전이 한창이던 1948년, 가장 치열했던 문하전투에 해방군 9중대 48명의 군인이 투입된다. 중대장 구지디(장한위)는 집결호, 즉 집결 나팔소리가 울리기 전까지는 단 한 발도 물러서지 말고 싸우라는 명령을 받는다.

탱크를 앞세운 적군 수천 명이 몰려오고, 용감히 싸우던 전우들이 하나 둘 죽어가지만 집결호는 울리지 않는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특수효과 팀이 가세한 ‘집결호’의 전반부는 참혹한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전쟁’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안겨주는 긴장감도 탁월하다.

하지만 ‘집결호’는 전쟁영화라기보다 휴먼드라마다. 구지디는 전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는다. 9중대를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급하게 재편된 부대라 군 기록에도 없고, 증명해줄 사람도 없다. 9중대 전우들은 모두 실종으로 처리된다. 목숨을 걸고, 최후의 순간까지 싸우다 죽어간 전우들의 명예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자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구지디는 고압적인 관료주의에 대항하여 전우의 명예회복을 위해 새로운 전쟁을 시작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대중영화 감독으로 손꼽히는 펑샤오강은 세련되게 구지디의 투쟁을 따라간다. 쉬우면서도 힘이 있다. 국가의 승리도 중요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헌신한 보통 사람들의 인생도 못지않게 의미 있는 것이다. ‘집결호’는 이념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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