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中교사가 제자대신 추모가 작사.작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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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친구야 우리는 영남에서 만났지/영남의 동산에 청운의 꿈 심었지….』 42명의 어린 새싹들이 꽃다운 나래를 펴보지도 못한채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로 가버린 영남중학교.
이 학교 서인규(徐寅奎.43.국어).이창수(李昶秀.37.음악)두교사가 졸지에 유명을 달리한 제자들의 죽음이 너무 안타까워재학생들을 대신해「추모가」를 만들었다.
『봄하늘 너의 모습』이라는 제목의 추모가는 徐교사가 노랫말을짓고 李교사가 곡을 붙였다.
42명이나 되는 제자들을 한꺼번에 잃은 죄책감과 아픔 때문에넋을 잃은채 병원 영안실로,합동분향소로 뛰어다니며 이틀밤을 꼬박 새운 이들 두 교사는 망조(罔措)의 경황 속에서 혼을 짜내제자들의 넋을 기렸던 것이다.
『제자들을 잃은 주제에 무슨 청승이냐』고 누가 손가락질할까봐두려웠지만 해맑은 학생들의 입장으로 돌아가 노래를 지었다고 말했다. 전체 28마디(벗어난 세도막형식)로 이루어진 다단조에 4분의4박자.
『이 봄날 햇살속 꽃 피고 새 우는데/친구야 너는 왜 어디가보이지 않니/푸르른 봄하늘 너의 모습 피우리….』 노랫말 마디마디에서 애틋한 그리움과 슬픔이 배어난다.
추모가『봄하늘 너의 모습』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교내 합동추모제때 李교사와 이 학교 교사중창단등 7명의 교사가 부르게 된다. 재학생 金태욱(13.1학년5반)군은『선생님들이 저희들을대신해 추모가를 만들어 주시고 합동추모제에서 직접 불러주신다는얘기를 듣고 새삼 선생님의 사랑이 바다보다 넓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말했다.학교측에서는 합동추모제가 끝난 뒤 총동창회등의 성금을 모아 희생된 학생들이 생전에 뛰놀던 교정에 추모의 뜻을 영원히 기리는 노래비를 세우기로 했다.
徐교사는『어제까지만해도 넓은 교정에서 함께 뒹굴며 뛰놀던 친구들이 갑자기 처참한 죽음을 당했으니 살아남은 재학생들의 슬픔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느냐』며『생사의 갈림길에서 풀이슬처럼 스러져간 학생들과 살아남아 그들을 그리워 하는 학생들의 우정을 영원히 이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완전히 동심의 세계로돌아가 이 노랫말을 지었다』고 말했다.
『친구야 친구야 눈물로 불러본다.』 마지막 마디를 음미하던 徐교사는 끝내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鄭容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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