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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롱다리 ‘펀드 이름’ 다 뜻이 있었구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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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주부 김희경(42)씨는 주가가 급락한 지난달 말 펀드에 가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펀드가 좋을지 고르기 위해 펀드평가회사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갔던 그는 이내 포기했다. 알파벳에 숫자까지 어지럽게 붙은 펀드 이름만 보곤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퇴직플랜동유럽중동아프리카업종대표안정형40자1’처럼 최고 27자나 되는 이름도 있었다.

초보 투자자에게 펀드 이름은 암호문에 가깝다. 회사마다 표기 방식도 조금씩 달라 헷갈린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김승길 상품개발본부장은 “펀드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가 이름에 담겨 있다”며 “이름 읽는 법만 알아도 펀드 투자에 한걸음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펀드 작명에 관한 규정을 고쳐 전체 골격은 통일시켰으나 아직도 회사마다 표기 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이름이 길다”며 “작명을 좀 더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Ⅰ~Ⅱ 단계=맨 앞은 펀드를 굴리는 자산운용회사 이름. 그 뒤엔 투자하는 지역과 브랜드가 따라온다. ‘아시아퍼시픽’이라면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 국가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라는 뜻이다. ‘글로벌’이란 단어가 들어간 건 전 세계에 투자한다는 얘기다. 국가 이름도 마찬가지다. 지역 표시가 없는 건 국내에 투자하는 펀드다. ‘디스커버리’ ‘부자아빠’ 등은 브랜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권순학 상무는 “히트한 브랜드가 나오면 후속 펀드에도 같은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단 펀드마다 성격은 다르다”고 말했다.

▶Ⅲ~Ⅴ단계=투자 대상이 표기된다. 리츠는 부동산에, 주식형은 주식에 60% 이상, 채권형은 주식은 한 주도 안 들어간 펀드다. 그 뒤에 아무 표시가 없으면 일반 펀드다. 주식형엔 ‘업종대표’니 ‘성장주’니 하는 말을 붙이는 펀드가 많다. 말 그대로 업종 대표 종목이나 성장주식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재간접’이란 말이 붙은 건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다. 우리CS자산운용 김동석 마케팅시너지팀장은 “국내 펀드가 해외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기가 어렵자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외국 펀드에 가입하는 형식의 리츠 펀드를 많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재간접 펀드는 펀드에 재투자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모’ 또는 ‘자’가 들어간 펀드는 모자관계로 엮인 ‘가족 펀드’다. 펀드 덩치가 작거나 브릭스 펀드처럼 여러 곳에 분산투자할 필요가 있을 때 만든다. 모·자 펀드는 한 운용회사가 한 묶음으로 관리하는 반면 재간접은 투자 대상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숫자(Ⅵ)는 펀드 호수다. 펀드 덩치가 너무 커지면 운용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1호는 판매를 중단하고 똑같은 내용의 2호, 3호를 만들어 간다. 설정 시점이 달라 수익률도 차이가 난다.

▶Ⅵ단계=펀드 가입 때 무는 비용은 ‘수수료’와 ‘보수’ 두 가지다. 수수료는 판매회사(은행·증권)에 한 번 내지만 보수는 환매할 때까지 매일 정산한다. 이름 끝에 붙는 알파벳은 수수료 체계를 가리킨다. A는 선취 수수료만 있고, B는 후취 수수료만, C는 둘 다 없고, D는 둘 다 있는 펀드다. 선취 수수료는 펀드 가입 때, 후취는 환매 때 뗀다. 따라서 투자 이익이 많이 나면 선취가, 손해가 나면 후취가 유리하다. 삼성투신운용 정성환 홍보팀장은 “과거엔 한 펀드에 하나의 유형밖에 없었으나 요즘은 한 펀드에 다양한 유형이 있다”며 “그래서 ‘멀티클래스 펀드’라고도 한다”고 설명했다.

예에서 ‘C-C’란 ‘Class-C’ 또는 ‘C형’이란 뜻이다. 최근 펀드는 대부분 A형이나 C형이다. A형은 펀드 가입 때 선취 수수료를 내는 대신 매일 무는 판매 보수가 싸고 환매 수수료가 없다. 반면 C형은 선·후취 수수료가 없는 대신 판매 보수가 비싸다. 결국 처음에 비용을 많이 내고 이후 조금씩 내느냐(A형), 처음엔 안 내고 매일 많이 무느냐(B형)의 차이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의 우희선 팀장은 “대략 2년 이상 투자한다면 A형이, 2년 미만은 C형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A와 C 뒤에도 W, I, E와 같은 알파벳이 붙을 수 있는데 ▶W는 랩어카운트에서만 가입할 수 있고 ▶I는 기관투자가 전용이며 ▶E는 인터넷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펀드란 뜻이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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