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기운차게 치솟으며 고도를 잡자 마실 것을 나르는 승무원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하지만 옆자리 여자승객은 기내식이 제공되는 것도 아랑곳없이 연신 창밖에 눈을 주고 있다.서른을 갓 벗어났을법한 동남아 여인-.
『베트남인이죠?』 30년만에 옛 전쟁터를 찾아가는 나는 그녀가 월남인이기를 내심 바라며 불쑥 그런 질문을 던졌다.
『네 맞습니다.호치민市,고향에 가는 길입니다.』 영어발음이 또렷했다.美 보스턴대학병원에서 불우한 동포환자들을 위해 통역일을 하고 있다는 자기소개였다.
나는 이 비행기가 다섯시간 남짓 날면 예전의 사이공에 도착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내가 65년 가을 첫 전투부대를 따라 부산(釜山)항에서 USS레인저호에 올랐을 때는 꼬박 1주일이 걸린 뱃길이었다.
하지만 이 월남여인의 고향길은 20년이 걸렸다 한다.알고보니그녀는「보트피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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