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구단 - 선수협 - KBO 갈수록 얽히는 ‘삼각함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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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시범경기 개막(3월 8일)을 코앞에 둔 프로야구가 선수연봉 감액제한제도 폐지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불공정 거래임을 내세워 한국야구위원회(KBO)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키로 한 데 이어 27일엔 하일성 KBO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KBO가 감액제한제도 폐지를 방조했다는 이유에서다.

하 총장은 “규약 변경은 단장회의와 이사회 결정이다. 단장회의 때 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비 문제로 미국에 있었다”며 부인했지만 선수들과 KBO, 신생구단인 센테니얼 등이 한데 얽혀 진흙탕 싸움을 벌이느라 소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박노준에서 KBO로=센테니얼은 KBO 이사회가 최근 연봉감액 하한선을 풀자 기다렸다는 듯 ‘연봉 칼질’을 시작했다. 고액 연봉자들에게 40~80% 삭감한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또 송지만·김수경이 현대와 체결했던 프리에이전트(FA) 다년계약을 승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센테니얼 선수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은 26일 “최대 40%였던 연봉 감액 제한 폭을 박노준 센테니얼 단장이 주동해 삭제했다. 박 단장은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제도의 폐지가 박 단장이 아닌 KBO와 7개 구단의 주도로 이뤄진 것을 확인한 27일 화살을 KBO로 돌렸다. 7개 구단의 연봉계약이 끝난 상황에서 센테니얼 선수들에게만 이 제도를 강제하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는 주장이다.

◇7개 구단이 배후에=표면적으로는 센테니얼 연봉 계약 문제를 놓고 선수협과 KBO가 이전투구를 벌이는 양상이다. 그러나 싸움의 배후에는 감액제한제도 폐지를 결정한 7개 구단이 자리하고 있다. 구단들은 가입금 120억원을 2년 분납하는 조건으로 들어온 센테니얼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그들이 일으키는 ‘연봉 칼바람’엔 눈을 감고 있다. 센테니얼의 ‘무리한 감량’이 성공할 경우 똑같이 칼을 빼들겠다는 심산이다.  

◇공정위 결정이 큰 변수=공정위는 27일 “선수협의 신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해외 프로스포츠 사례를 살펴보고, 구단들이 연봉계약을 할 때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지, 이번 규정을 삭제할 때 선수협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가 KBO의 이번 결정을 불공정 거래로 판단할 경우 삭제된 규정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식·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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