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마케팅 대행사 차린 호시노 “대학생다움이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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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가을,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경제학과 2년생이던 호시노 노조미(星野希·23·사진)는 ‘사장님’이 됐다. 젊은 층에게 상품·서비스를 팔려는 기업의 마케팅을 대행해 주는 ‘마르셰비스’를 창업한 것이다.

‘유나이티드 93’ ‘월드 트레이드 센터’ 등 할리우드 영화의 배급사도 그의 고객이다. 도쿄·오사카 등 5개 대도시에서 영화 전문가를 초청해 해설을 곁들인 시사회를 여는가 하면, 온라인에선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 마케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이들 영화는 예상 관객수의 2~3배 이상을 동원했다. 젊은 층의 입맛에 맞춘 마케팅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회사 자본금은 창업 당시 임원을 맡은 친구 두 명과 함께 1인당 5만 엔씩 출자했다. 법인 등기 비용 20만 엔은 첫 고객에게 일을 해주고 받은 매출 수입으로 충당했다. 자리가 잡히자 고객이 쇄도했지만 거절하는 경우도 많았다. 일을 너무 많이 하다간 자칫 가장 큰 경쟁력인 대학생다운 감각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호시노는 “사서 고생을 했지만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는 자유를 만끽했다”고 말했다. 그간 사업으로 번 돈은 열 차례 해외 여행을 하느라 다 썼다고 했다. 넓은 세상을 보면서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호시노는 회사를 70만 엔에 다른 대학 후배에게 넘기고, 다음달 졸업장을 받는다. 4월엔 세계적인 캐릭터 생산업체에 입사해 신입사원으로 새 출발을 한다. 그는 최근 이 같은 경험을 담은 책 『대학 2년생으로 사장이 된다는 것』을 펴내기도 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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