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한마디] 기다리는 전략 얕보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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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기업은행 반월지점의 이민성 프라이빗뱅킹(PB)팀장은 고객들로부터 “지금 펀드를 환매해야 하나, 아니면 기다려야 하나”란 질문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받는다. 그러나 이 팀장이라고 손실을 곧바로 손익으로 둔갑시킬 재간은 없다. 하지만 그가 불안해하는 고객에게 들려주는 얘기를 곱씹어보면 우수 고객을 많이 유치한 공로로 사내 각종 포상을 휩쓴 관록이 묻어난다.

1억원을 주식형펀드에 투자한 뒤 A씨는 20%의 손실을 본 뒤 8000만원을 환매했다. 이어 그 돈으로 연 6.1% 이자를 지급하는 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이 경우 A씨가 이자를 받아 원금 1억원을 회복하려면 4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A씨가 펀드 환매를 안 했다면 얼마 만에 원금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이를 가늠해보기 위해 과거 사례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2002년 초 코스피지수가 900일 때 주식형펀드에 가입한 사람은 지수가 937로 고점을 찍은 뒤 515까지 하락하는 악몽을 겪었다. 이후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로 반전해 A씨가 원금을 회복하기까진 1년6개월이 걸렸다.

또 인디아펀드의 열풍이 불던 2006년 3월 인도 센섹스지수 1만1000에서 펀드에 가입한 사람은 불과 3개월 만에 원금의 40%를 까먹었다. 그러나 이 투자자는 같은 해 9월부터 원금을 회복하기 시작해 펀드 가입 1년 후엔 15% 이상의 보상을 받았다.

이 팀장은 “손실이 난 펀드라 할지라도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3년 정도면 원금을 회복한다”며 “당장 급한 돈이 아니라면 환매보다 기다리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갈수록 주가의 하락 기간이 짧아지고 있는 것도 ‘기다리는 전략’의 상대적 우수성을 증명한다고 이 팀장은 강조한다. 1994년 11월 시작된 주가 하락은 1048일(거래일 기준) 동안 지속됐다. 그러나 2000년 하락기엔 417일, 2002년엔 225일로 하락 기간이 줄더니 2004년엔 70일 만에 하락이 멈췄다.

이 팀장은 “과거는 과거일 뿐이지만 적어도 투자전략을 세우는 데는 도움이 된다”며 “지금의 하락기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민성 기업은행 반월지점 프라이빗뱅킹 팀장
정리=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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