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불공정·편파로 경고 받은 방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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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지난달 17일 방영한 MBC의'PD수첩-친일파는 살아있다2'에 대해 경고 및 관계자에 대한 경고를 내렸다. 선거방송심의특별규정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다. 이 프로가 결과적으로 특정 후보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쳤다는 뜻에서다. 우리는 선거방송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이 시의적절하며 40일 남은 총선기간에 보도는 물론 시사.교양 등 각 장르의 프로그램들에서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말할 것도 없이 오늘날 방송의 영향력은 개인의 생활과 사고를 지배할 정도로 지대하다. 특히 무차별적으로 안방을 파고드는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은 더욱 그러하다. 역대 정권 가운데 방송을 좌지우지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은 정권이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때로 정권의 힘에 억눌려, 때로 정권에 아첨하느라 겉으로는 객관의 탈을 쓰고, 속으로는 주관적 잣대로 프로를 제작해 시청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졌던 것이 불행한 우리 방송의 역사였다.

이제 방송이 더 이상 특정정당이나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방송인들은 외부의 정치권력은 물론 개인적 성향에서도 벗어나 객관적 접근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공정성을 최우선시하는 제작태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KBS의 시사프로를 진행하던 문성근씨가 방송사와의 약속을 어기고 갑자기 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것도 방송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가 방송에서 특정정당이나 이 정권을 위해 편파적인 사회를 보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방송사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 정권 때의 편파방송에 대해 사과하고 공정성을 약속한다. 그러나 과거와 똑같은 패턴으로 새 정권에 아부하고 야당을 편파적으로 다루는 일에 앞장서곤 했다. 과거 5공 때 '땡전'뉴스처럼 요즘도 방송의 편파성에 눈살을 찌푸리는 시민이 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정권이 끝나면 또다시 사과하고 반성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