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100일 맞는 고베市 동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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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7일은 일본 효고현 남부대지진이 일어난지 1백일 되는날이다. 사망자만 5천5백명에 이르는 대형참사의 깊은 상처는 아직도곳곳에 남아있다. 피해가 집중됐던 고베시내는 철거작업조차 아직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로 포클레인과트럭들이 분주하게시내를 누비고 있다. 그러나 고난을 딛고 어떻게든 재기하려는 인간의 으지력은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대동맥이라 할 신칸센(新幹線)철도가 전면 복구돼 다시 개통됐다.
이번 지진에서는 재일동포들의 피해도 막심했다.효고縣일대 동포들은 사망자 1백23명에 약 3천억엔(약2조7천억원)의 재산피해를 본 것으로 이곳 한국상공회의소(회장 李孟浩.57)는 추정했다. 소규모 구두공장등 동포들의 상가가 밀집돼 있던 고베시 나가타초(長田町)는 1월17일 지진발생시 거의 모든 건물이 무너지거나 불에 탔다.
지금도 엉성한 가건물들이 여기저기 들어섰을 뿐 대재난의 흔적은 아직 생생했다.
『급한대로 은행빚을 내 부산에서 신발기계 다섯대를 들여왔습니다.가설건물에 공장도 다시 꾸몄고요.덕분에 지진 후 1호제품(남성용 구두)을 25일 뽑았지요.』 나가타초에서 삼지(三志)제화라는 구두공장을 경영하던 동포 박주영(朴柱泳.55)씨는 『앞으로 4~5년가량은 이 가설공장에 생계를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진복구가 본격 진행됨에 따라 건설붐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있다. 피해지역의 도로.건물 복구에는 시멘트 수요만도 1백만t으로 추정될 정도.한국계 건설업체인 삼웅(三雄)건설 양석근(楊錫根.51)사장은 『피해를 본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고베시내 곳곳에 널려 있는 무너진 건물과 화재흔적들을 보면 저게 다 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한국의 국내업체가 일본 업계의 두꺼운 벽을 뚫고 지진복구에 같이 삽을 들이밀기에는 아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 그런 와중에도 삼웅건설등 동포업체와 삼성.현대 등 국내 건설업체가 이재민을 위한 임시가설주택 건설자격을 따낸 것이 신선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베시 외곽 니시(西)구의 무로타니(室谷)지역.이달말 완공을앞두고 삼웅건설(7백50채).삼성건설(5백채)등 한국계 업체들이 마무리공사에 쉴 틈이 없다.
지난 2월 11개국 73개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가설주택국제입찰에서 한국계 업체들이 낙찰에 성공한 것은 이들 회사가 지진직후 벌인 대대적인 봉사활동이 일본인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무담보 즉시 대출 삼웅건설의 경우 출자기업인 관서흥은(關西興銀.대표 李熙健)을 통해 동포.일본인 구별없이 무담보로 피해가구당 5만엔씩 즉시 대출해 주었고 삼성건설은 계열사 주재원등이 「배낭부대」를 조직,봉사활동을 벌인 것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삼성건설 이욱원(李旭遠)현장소장은 『1채에 2백50만엔(약 2천2백50만원)짜리 가설주택이지만 또다른 봉사활동으로 여기고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베=盧在賢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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