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벽.정은아 "우린 주부문제 해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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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한번 보면 안보고는 도저히 못배깁니다.』 주부층 대상의 아침프로인 『아침마당』(KBS-1TV 매일 오전8시20분)의 공동 MC로 3년째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주부문제 해결사」이상벽(49)씨와 정은아(31)씨의 말이다.
실제로 이 프로의 인기는 대단하다.원래 아침프로의 시청률이 「10%대」를 넘으면 대성공이란게 방송가의 정설이나 이 프로는그같은 관례를 깨고 「25%」대의 높은 시청률을 연일 기록중이다.정규뉴스의 시청률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특 히 남편 출근후 「나홀로 주부」층의 시청률이 이정도면 「의미」있는 수치다.
재미없기 십상인 「교양 토크」에다가 시청률 사각지대인 아침방송시간대라는 악조건속에서도 이같은 인기를 끄는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주부들이 그동안 숨기고 살았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마당을 공개적으로 마련해준게 먹힌 것 같습니다.출연 주부들은 하나같이 남에게 말못하는 가정의 아픔이나 고부간의 갈등등을 서슴없이 털어놓아요.』아나운서출신의 정은아 MC는 『마치 한편의 가족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여편네 기(氣)만 살려준다는 남편들의 전화 항의도 부지기수로 받습니다.어떤 때는 할아버지들까지도 「여자들이 살림은 안하고 웬 불평들은 그리 많으냐」라며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야단치기도 하죠.이들을 설득하느라 그동안 진땀깨나 뺐어 요.』 출연주부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입장에서 이 프로를 진행하는 이상벽씨는 그래서인지 이제는 「페미니스트」가 다 됐다고 웃는다.그전까지만 해도 「남편제일」을 입버릇처럼 외쳤던 보수주의자의 대표주자였던 그가 이 프로를 맡고 나서 는 1백80도 바뀐 셈이다.
두 MC의 콤비플레이도 프로그램 주가를 올리는데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외부MC와 정규아나운서출신 MC의 만남 자체가 방송가에선 극히 「이례적」일 만큼 상극이지만 두사람은 마치 「정해놓은 짝」처럼 손발이 척척 맞는다.이상벽씨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친근감을 주는 인상이다.미남은 아니지만 어떤 얘기라도 귀 기울여 들어줄 것만 같은 진지함과 편안함이 느껴진다.게다가 입담도 좋다.「기자출신」답게 문제의 접근이 날카롭고 분석력도 돋보인다는게주변의 평.
정은아씨의 진행솜씨도 재산이다.그전에는 「원고」에 의존했지만이제는 원고가 전혀 필요없을 정도다.어떤 상황에서도 순간 대처능력이 탁월하고 얼굴도 안정감을 준다는게 이상벽씨의 평가다.
프로의 구성이나 다루는 소재도 이채롭다.매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가 다루는 이슈는 요일별로 다르다.
월요일엔 주부발언대,화요일엔 부부탐구,금요일엔 금요특강식이다.다람쥐 쳇바퀴돌듯 일상이 반복되는 따분한 주부들에게 변화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선 소재빈곤과 너무 지나치게 일하는 주부층에 비중을 두고 전업주부는 외면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이 프로는 「소외」된 아침시간대를 「소외」된 주부들의 문제해결의 장으로 만들면서 「장수」를 예고하고 있다.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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