棋界에 "MBC제왕전" 파문-시청률1위프로 갑자기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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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MBC-TV는 올해 1월1일 첫방송을 「바둑」으로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 아침도 바둑이 오프닝프로그램이었다.그러나 시청자들은 앞으로 MBC에서는 바둑을 볼 수 없게 됐다.17일의 봄철프로개편으로 82년부터 14기를 이어온 전통의 「 MBC제왕전」이 사라져버린 것이다.고정방송외에 생중계를 늘려가는 KBS.
SBS와는 극대극(極對極)의 태도다.
제왕전은 올해 신세대의 선두주자인 김성룡(金成龍.19.사진)3단이 막 결승에 올랐다.생애 최초의 우승을 노리며 칼을 갈고있던 金3단은 갑작스런 기전중단소식에 날벼락을 맞은듯 할말을 잊었다.한국기원은 기전개최가 계약임을 내세워 항 의단을 보냈으나 MBC로부터 『대국과 상금지급은 한다.방영을 안할뿐이다』는답변을 들었다.
MBC측은 바둑CATV등장과 낮은 시청률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하지만 한국기원측은 MBC바둑이 시청률6%로 오전6시대의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시청률이 가장 높다고 반박한다.
사실 바둑은 시청자들의 만족도를 통해 프로그램의 질을 평가하는 수용자반응조사(AI)에서 80점 이상을 기록,교양프로중 「KBS의 건강하게 삽시다」와 공동1위,전체로 따져도 KBS 일요스페셜(84점)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공공성도 충분하고 CM이 16개나 붙어 흥행성도 괜찮은 편이다.그런데 왜 MBC는바둑을 없애야만 했을까.
MBC편성정책팀 오명환부국장은 『방송시간 부족으로 바둑이 희생됐다.내부에서도 찬반토론이 치열했다』며 괴로움을 토로하고 있다. 바둑프로는 「열중시청」의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프로중단 예고도 거의 없이 16일 방영을 끝으로 「슬그머니」없앴다.
MBC의 한 관계자는 『높은 사람들중 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1월1일 첫방송을 바둑으로 시작한것 때문에 실무팀이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전한다.어디나 「친바둑파」가 열성적인 반면 그 반작용으로 「반바둑파」도 꽤 있다.MBC 에선 반바둑파의 파워가 더 세다는 얘기다.
방영중단에 대해 MBC 吳부국장은 『시청자와의 약속인만큼 결승만은 특별프로로라도 방영할 계획』이라고 말한다.『바둑프로에 새로운 구상과 접근이 필요하다』며 재개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아무튼 세계최강을 자랑하며 웃고 있던 한국바둑은 MBC의 느닷없는 일격에 얼굴이 빨개졌다.
朴治文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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