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봄에 피는 이유 알아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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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개나리는 왜 봄에, 국화는 왜 가을에 꽃이 필까. 사람은 아침에 왜 눈이 떠질까. 동식물의 몸에는 생체시계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개화 시기도 생체 시계에 입력돼 있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남홍길 교수팀은 꽃의 개화 시기를 조절하는 생체시계의 유전자를 발견해 그 특성을 규명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플랜트 셀’ 인터넷판에 실렸다.

연구팀은 잡초와 비슷한 애기장대라는 식물에서 이 유전자를 찾아내 ‘피오나 1번(FIONA1)’이라고 명명했다. 피오나는 영화 ‘슈렉’ 시리즈에서 환경에 따라 밤낮으로 모습이 바뀌는 여주인공 피오나 공주의 이름에서 따왔다. 피오나 유전자는 생체시계의 주기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꽃의 개화 시기, 열매를 맺는 시기 등 일정한 주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식물의 개화가 피오나1 외에 여러 유전자의 상호 작용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아냈다. 피오나1 유전자가 없으면 생체시계 주기가 24시간에서 27시간으로 길어지고, 꽃은 평상시보다 일찍 핀다는 사실도 아울러 규명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를 조작해 꽃피는 시기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식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생체시계=동식물의 호르몬 분비, 수면, 광합성, 성장 등의 리듬을 조절하고 식물에서는 연중 개화시기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꽃을 피우기 위한 생체시계가 봄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생체시계 주기는 24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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