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하나의 유럽 멀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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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직은 유럽지도에서「셴겐」이라는 나라를 찾을 수 없다.이제 막 태어났기 때문이다.유럽 국경개방 협정인 셴겐조약 가입국은 독일.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스페인.포르투갈등 7개국이다.셴겐조약의 발효는 유럽이 다시 통합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셴겐은 인구 3백명밖에 되지 않는 룩셈부르크의 한 작은 마을이다.이곳에서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3개 회원국이 지난 85년 국경개방협정에 서명했다.나머지 국가들도 곧 동참했다.그후 10년동안 유럽의 FBI(美연방 수사국)로 탄생하게 될 유러폴이 설치되는등 국경개방을 위한 준비가 빈틈없이 진행됐다.지난달 26일 드디어 셴겐조약 가입 7개국에서는 출입국관리소가 없어지고 여행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7개국 2억1천5백만명은 남쪽으로 스페인 끝에서부터 북쪽으로 독일~덴마크 국경까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됐다.오스트리아도 올해안으로 셴겐조약에 가입할 예정이다.
바야흐로 그동안 소망해 왔던 국경없는 유럽이 실현돼 가고 있는 것이다.셴겐국가 거주 여행객들은 국내 여행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그외 나라 여행자들은 셴겐국경 한 검문소만 통과하면셴겐국내에서는 다시 검문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 신 셴겐 국경에서 검문은 강화되고 각종 범죄와 관련한 2백만건에 달하는 컴퓨터자료가 강도.마약 밀매자.도난차량을 물샐 틈없이 찾아낸다.
하지만 셴겐국가 탄생의 더 중요한 의미는 바로 유럽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그동안 유럽통합과 발전과정에서 발생한 마찰과 불협화음은 종종 과대평가돼 왔다.그러나 그것은 탄생을 위한 진통이었지 죽음에 이르는 고통은 결코 아니었 다.
외부사람들은 유럽이 분열할 것이라고 말해왔다.그러나 유럽 단일시장은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했으며 통화단일화 작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올해부터 오스트리아.핀란드.스웨덴이 EU 정식회원국이 됐다.물론 아직도 유럽통합에 대한 부정적 측 면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말한 것처럼 『그래도유럽통합은 이뤄지고 있다』.작은 불화(不和)에만 매달리다보면 통합의 큰 줄기를 읽지 못하는 잘못을 범하게 될 것이다.

<테오 좀머 獨 디 차이트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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