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경마이야기>암말의 발정 맞히는 試精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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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봄은 말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특히 종마는 많은 첩을 거느리기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그런대로 이름이 알려진 종모마는 바쁠 때는 하루에도 두세차례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헛물만 켜는 수말도 있다.시정마(試精馬)라고 불리는 말들은 암말이 발정이 왔는지 안왔는지를 맞히는 일이 주임무로 발정이 왔다면 암말의 향기로운 냄새만 맡고 선택된 수말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한다.만일 발정이 오지 않았는데도 암말의 엉덩이에 입맞춤을 시도하다가는 암말의 뒷발길질에 혼만 나게 된다.
다른 동물들의 발정은 사람들이 쉽게 알수 있지만 말의 경우는사람들이 잘 모른다.자연상태에서는 자기들끼리 냄새로 확인한 다음 짝을 짓게 되지만 계획생산을 위해서는 시정마가 필요하다.
봄은 말의 번식에 좋은 계절이다.젖먹이 말은 싱싱하고 영양분이 많은 파릇파릇한 봄 풀을 뜯어 먹으며 커간다.배속에 있는 새끼를 위해서도 어미 말은 봄의 풀을 좋아한다.간혹 가을에 발정이 오는 경우가 있지만 이때 임신된 말은 봄철 임신된 새끼들보다 허약한 것이 보통이다.
말의 발정과 관련해 재미있는 것은 햇빛이다.봄이 되면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말은 겨울에 비해 많은 햇빛을 쬐게 된다.그러면 긴 겨울동안 활동하지 않던 뇌하수체가 활동을 해 발정이 오게 된다.이런 점을 이용,발정을 앞당기기 위해 봄 이 되면 마방에다 전등을 켜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말의 교미장면을 보고 싶어 하고 음담패설의 주제로 자주 올리는데 실제 체구에 걸맞은 점도 있지만 시간상으로는 다른 동물과 비슷하다.말은 교부후 3백30일간의 임신기간이 필요하고 분만후 약 9일이 지나면 다시 발정이 온다.
봄철의 짧은 기간에 다시 새끼말을 임신시키려는 자연의 조화다. 이때 임신이 안되면 21일 후에 다시 발정이 오는데 한두차례 더 오다가 여름에 접어들면 발정이 중지돼 1년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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