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기행>"전기 하느님" 잭 마일즈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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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 길 사람 속도 헤아리기 어렵다는데 하물며 인간이 초자연적인 위력을 지닌 것으로 통하는 하느님의 행적과 정신을 담아내는일이 과연 가능한가.
최근 기독교적 전통이 비교적 강한 미국에서 성경을 바탕으로 하느님의 활동상.사상.정신을 그려낸 책 『하느님의 전기』(원제God:A Biography.Alfred Knopf社)가 발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에 대해 일부에서는 감히 인간으로서 하느님을 건드릴 수있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면,한편에서는 하느님에게 인간의옷을 입힘으로써 오히려 성경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하느님을 더욱친근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도 내려지고 있다 .
저자는 근동지역 언어학 박사이자 LA타임스지 북칼럼니스트인 잭 마일즈.북칼럼니스트로서의 해박한 역사.문화지식과 과거 제수이트교도로서 얻은 종교지식,언어지식등 성경연구에 필요한 요소를두루 갖춘 저자는 이 책에서 번득이는 재치와 유 려한 필치를 유감없이 발휘,전기문학으로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책은 구약 성서에 나오는 대화를 조목조목 분석하면서 전지전능하다는 하느님에게 인간성을 불어넣고 있다.작품 전편을 흐르는 하느님의 모습은 우리의 머리에 각인된 그런 모습은 결코 아니다.오히려 불완전하고 자의식이 지나치게 강해 남 앞에 드러내기를 꺼리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다.좀 심하게 말하면 실락원의사탄만큼이나 권위적인 면도 강하다.
저자에 따르면 하느님의 의지도 수많은 경험을 거치면서 파괴와개선을 거듭한다.『하느님도 중요한 일을 행한 뒤에는 어김없이 자신의 의도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졌다.어떤 때는 의지와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일을 그르치 고 말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다.하느님은 경쟁관계에 놓였던 다른신들을 배척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에도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던것 같다.』 하느님의 상반된 개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창세기편.물론 고결하고 의연하고 진실한 면이 강하지만 사사로운 일에 얽매이는 성급함과 모호함도 엿보인다는 것이다.
『하느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니라』(창세기 1장 27절),『하느님이 사람들에게 땅을 정복하라 하시니라』(1장 28절),『하느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1장 28절),『여호와 하느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2장 7절),『여호와 하느님이 그 지으신 사람을 에덴동산에 두시고』(2장 8절),『여호와 하느님이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라』(3장 19절)등.저자가 하느님의양면적인 개성을 꼬집어내는 부분들이 다.
하느님의 내적 갈등은 창세기 후편으로 가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된다.주로 구원자와 치자(治者)로서의 역할 사이를 오가는 갈등이다.대량학살도 마다않는 전사와 중재자로서의 이미지가 그 대표적인 예.저자는 하느님의 이미지가 양면적으로 비 치게 된 원인을 이스라엘의 다신숭배에서 유일신으로 옮겨가는 문화적 배경에서 찾고 있다.다신교의 다양한 이야기를 차용하다보니 일관된 개성을 그려내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그 때문에 고대 이스라엘인들이 품었던 여호와 하느님을 정확하게 ■ 해하기 위해서는 고대의다른 신들의 개성까지도 포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예컨대호전적이었던 고대 페니키아의 태양신 바알(출애급기에 나오는 하느님의 개성),바빌로니아의 여신 티아마트(노아 이야기에 등장하는 파괴적인 하느님의 모 습)등의 이미지가 하느님의 개성에 용해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신명기에서부터 하느님의 모순성이 차츰 영광스런 개성에가려지기 시작하다가 이사야서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인간으로서는 측량할 수 없는 완벽한 하느님의 이미지로 살아난다고 했다.
이렇듯 저자는 하느님도 성경을 통해 성숙을 거듭했을 뿐아니라완성의 단계까지는 그 어느 인간보다도 더 뜨겁게 후회와 번민을반복했다고 강조한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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